[이성필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 선거에 나섰던 정몽규(53)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낙선했다. 지난달 30일 바레인 마나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에서 정 회장은 4년 임기의 FIFA 집행위원 선거에 출마했지만 46개국의 투표에서 13표를 얻는 데 그쳤다.
그나마 AFC 집행위원에는 이름을 올리며 아시아 축구 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 마련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2011년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의 FIFA 부회장 5선 좌절 후 한국 축구의 국제적 영향력이 크게 줄었다는 사실을 이번 정 회장의 FIFA 집행위원 낙선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정 회장과 경선에서 이긴 인물들을 살펴보면 AFC 내의 역학 구도를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동안 AFC는 서아시아-남중아시아-동아시아-아세안 등 크게 네 권역으로 분류된 상황에서 힘겨루기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런데 서아시아의 영향력이 AFC는 물론 FIFA에까지 손을 뻗치면서 한국에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됐다.
AFC에 배정된 FIFA 집행위원 쿼터는 4장이다. 셰이크 살만 이브라힘(바레인) 현 AFC 회장이 연임하면서 자동적으로 FIFA 집행위원 자격을 얻었다. 임기 2년의 집행위원은 단독 출마한 알사바(쿠웨이트) 아시아 올림픽평의회(OCA) 회장이 당선됐다.
임기 4년의 집행위원 후보에는 정 회장을 비롯해 다시마 고조 일본축구협회 부회장, 텡쿠 압둘라 말레이시아 축구협회 회장, 워라위 마쿠디 태국축구협회 회장 등이었다. 다시마 고조 부회장이 36표, 압둘라 회장이 25표로 집행위원이 됐다.
집행위원 4명 중 중동세가 절반이다. 또, AFC 최대 후원국 중 하나인 일본의 영향력도 여전했다. AFC 본부가 있는 말레이시아의 압둘라 회장은 중동의 물밑 지원을 받았다. 정몽규 회장은 이런 세불리를 극복하기 위해 잦은 출장으로 지지를 호소했지만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이번 총회를 통해 AFC에 이름을 많이 알리게 된 것이 그나마 유의미했다.
정 회장의 득표전은 사실상 홀로였다. AFC 내 인맥이 있는 김주성 축구협회 심판운영실장 등은 정 회장의 축구협회 개혁 바람에 휩쓸려 한직으로 물러나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정몽준 명예회장 사람인 김동대 축구협회 부회장이 정 회장을 위해 지원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었다.
AFC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마쿠디 태국 회장의 경우 이전부터 오래 집행위원을 해와 이번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기였다. 다시마 고조 부회장은 일본 축구의 아시아 개도국 공헌 프로젝트 등을 가동한 중심 인물이라 호감도가 높았다. 2011년 총회 낙선 후 아시아 각국 지원 강화 및 교류 확대에 열을 올렸다. 상대적으로 한국은 일본보다 부족해 보인 것이 당연했다"라고 선거전 분위기를 전했다.
FIFA는 물론 유럽 주요 리그 구단의 지분 인수 등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중동 지역 외교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나마 정 회장의 국제 감각이 뛰어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는 큰 걸림돌이 없어 보인다.
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그동안 축구협회는 중동 국가들과 경기를 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관계를 구축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몇몇 국가와 교류 협정을 체결했다고는 하지만 형식적이었다. 협회 내 국제국 강화 등을 통해 아시아 축구 발전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정책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여건이 된다면 차기 FIFA 집행위원 선거에 재도전하고 싶다"며 4년 뒤 집행위원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지만 그 전에 2017년 축구협회장 선거부터 넘어야 한다. 현재 축구협회는 국민생활체육 전국축구연합회와 통합 작업을 진행 중이다.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 지 모른다. 정 회장으로서는 내치와 외치를 동시에 신경써야 한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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