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로테이션 카드를 빼든 수원 삼성이 승리를 맛보지는 못했지만 실리는 챙겼다.
수원은 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조별리그 베이징 궈안(중국)과의 최종전을 치렀다.
이날 경기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양 팀은 승점 10점으로 동률이었지만 승자승에서 베이징이 1승으로 앞서 있어 1위를 유지했다. 두 팀은 이미 16강을 확정한 상황에서 조 1, 2위만 정하는 경기가 됐다.
수원은 이왕이면 부채를 갚고 싶었다. 지난 3월 4일 베이징 원정경기에서 양상민이 주심의 어이없는 판정으로 퇴장 당한 가운데 FC서울 출신 베이징의 데얀에게 헤딩골을 내주며 0-1로 패했던 아픔이 있었다. 수원 입장에서는 이번 베이징과 홈경기가 복수전이었다.
16강에서는 E조 1위 또는 2위와 겨루는데 상대 자체는 고려하지 않았다. 서정원 감독은 "순리대로 하겠다"라며 정면 돌파를 약속했다. E조 1위는 가시와 레이솔(일본)로 확정된 상황이다. 2위를 놓고 6일 전북 현대(8점)-산둥 루넝(중국, 7점)이 겨룬다. 전북이 비기기만 해도 2위로 16강에 오른다. 즉 수원이 조 1위로 16강에 오르면 전북 현대를 만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지난 2일 전북과의 K리그 클래식 9라운드에서 0-2로 패한 수원 입장에서는 전북과의 만남이 껄끄러울 수 있다. 챔피언스리그 8강 이상을 노리는 전략이라면 가시와가 더 좋은 상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서정원 감독은 "정정당당히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16강 상대로 누굴 만나든지 신경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16강 여부가 불투명한 전북이 아무래도 최종전을 더 열심히 뛰어야 되는 상황이라는 점도 고려한 발언이다.
서 감독은 이날 베이징전에서 정대세, 염기훈, 홍철, 양상민, 조성진, 권창훈 등 주전들을 벤치에 앉히거나 명단에서 완전 제외했다. 대신 카이오, 레오, 이상호, 백지훈, 구자룡, 최재수 등 1.5군급 선수 구성을 했다.
수원은 이날 경기에 이어 광주FC-전남 드래곤즈-제주 유나이티드 등 만만치 않은 팀들과의 경기가 휴식없이 계속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전들의 피로 회복이 필요했다. 4월 29일 예정됐던 전남과의 FA컵 32강전이 이번 달 13일로 밀리면서 일정이 더욱 힘들어졌다.
수원 관계자는 "경기 일정이 빡빡한 상태에서 주전급 자원이 휴식 없이 계속 경기를 치르면 힘들어진다. 선발진을 구성해야 하는 서 감독 입장에서도 이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로테이션으로 베이징전에 나선 선수들은 생각보다 잘 뛰었다. 특히 정규리그에서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던 레오는 이날 전반 27분 역동적인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서 감독을 기쁘게 했다. 좌우 날개로 염기훈-서정진(또는 이상호, 고차원)을 중용해온 서 감독에게는 레오의 골 자체가 기쁜 일이다.
지난달 18일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허벅지 뒷근육 부상을 당했던 오범석도 이날 후반 18분 신세계를 대신해 투입되며 경기력을 점검했다. 또, 21분 조지훈을 빼고 권창훈을 투입하며 승리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기도 했다. 31분에는 신인 한성규를 투입시켜 데뷔전을 치르게 하는 등 가능성 있는 자원도 점검했다. 정정당당하게 경기를 하겠다는 서 감독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난 선수 교체였다. 동시에 염기훈, 정대세에게는 꿀맛 휴식을 취하게 하며 체력을 비축했다.
다양한 점검을 하며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감한 수원은 조2위가 됨으로써 오는 19일 가시와와 홈에서 16강 1차전을 갖게 됐다. 2013년 4무 2패로 조별리그 탈락할 당시 2-6 패배의 굴욕을 안겨줬던 가시와를 상대로 복수의 기회를 얻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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