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탐나는 선수야 많지요. 허허."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조용히 웃었다. 6일 잠실구장. '뒷문'이 부실해진 상황에서 트레이드가 끌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가 원하는 선수를 얻으려면 카드가 맞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상대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우리도 상대가 원하는 선수를 내주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날까지 선두 삼성을 1경기차로 뒤쫓는 2위 두산이지만 아쉬운 점은 분명하다. 확실한 마무리가 없는 상태이고, 그나마 프라이머리 셋업맨 역할을 해주던 김강률 마저 불의의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다. 그 어느 때보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의욕을 나타내고 있는 올 시즌, 불펜은 여전히 불안한 부분으로 꼽힌다.
메이저리그식 '빅딜'이 가능하다면 확실한 마무리 투수를 탐낼 만하다. 그러나 '한국적 현실'이 만만치 않다.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거물급 선수가 오가는 대형 거래는 쉽지 않다. 김 감독은 "왠지 우리 팀 선수보다 다른 팀 선수가 더 탐나 보이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두산에게 가장 필요한 건 확실한 마무리. 그러나 다른 팀들이 선뜻 그런 투수를 내줄리가 없다. 최근 '영건' 박세웅을 롯데로 보낸 kt 위즈의 예가 있긴 하지만 보통 투수는 어떤 구단도 주지 않으려고 한다. 김 감독이 "우리팀의 트레이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텨야 하는 법. 두산으로선 기존 노경은, 이재우 두 고참 투수와 함덕주, 이현호 등 젊은 영건들의 약진에 기댈 수밖에 없다. 김 감독도 "우리 투수들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구위도 경기를 치르면서 올라올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뒷문'이 허전해진 두산이지만 LG와의 잠실 3연전 첫 2경기에선 어렵지만 결국 승리했다. '어린이날 대첩'인 전날 10-3으로 완승한 두산은 이날도 5-4로 이기면서 2연패 뒤 2연승의 단 맛을 봤다.
현대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불펜이 다소 불안함에도 라이벌전에서 내리 승리한 원동력은 역시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타선은 이틀 연속 집중력 있는 공격으로 마운드를 지원해줬고, 탄탄한 선발진은 덕아웃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팀 승리의 지반을 단단하게 굳혔다.
특히 선발투수들의 공이 무척 컸다. 전날 타선의 집중력 속에 유희관이 6이닝 2실점으로 선방해준 데 이어 이날은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이날 니퍼트는 6.2이닝 6안타 2실점(1자책)하면서 팀 승리의 지반을 단단하게 굳혔다.
니퍼트는 1-0으로 앞선 2회초 1사 만루에서 최경철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허용, 첫 실점했을 뿐 6회까지 특별한 위기 없이 순항했다. 두산이 5-1로 넉넉하게 앞선 7회에는 박지규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은 뒤 2사 2,3루에서 좌완 함덕주와 교체돼 투구를 마쳤다. 함덕주가 LG 3번 박용택을 2루수 땅볼처리하면서 두산은 게임의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전날 5회말에만 13명의 타자가 6안타 사사구 4개로 8득점하며 승부를 가른 두산 타선은 이날도 긴박할 때 필요한 점수를 한꺼번에 뽑으면서 투수진을 확실하게 도왔다. 이날도 승부처는 5회였다. 1-1 동점이던 5회말 양의지의 밀어내기 볼넷, 홍성흔의 2타점 좌전안타, 김재환의 중전 적시타가 줄줄이 나왔다.
비록 9회말 이현호, 노경은의 제구 난조로 2실점하면서 LG에 등 뒤까지 추격을 허용했지만 윤명준이 어렵게 승리를 지키면서 마지막에 힘껏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었다.
김 감독은 "그간 여러 경우를 생각하며 트레이드 구상을 해봤지만, 우리 팀은 도저히 안 되겠더라"며 "우리 투수들이 경험이 없어서 그렇지 막상 붙여 놓으면 잘한다"며 선수들의 기를 세워줬다.
약점 보강이 쉽지 않을 때는 강점을 극대화하는 게 기나긴 시즌 운영의 묘로 꼽힌다. 5∼6일 두산이 잠실벌에서 보여준 '야구의 상식'이었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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