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SK 정우람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1승 1패 3블론세이브 평균자책점 11.25로 크게 부진했다. 4경기에 등판해 4이닝 동안 안타 9개를 맞고 5점을 내줬다. 홈런도 2개를 허용했다.
김용희 SK 감독의 이번 시즌 '정우람 활용법'은 일찌감치 결정됐다. 2012시즌 종료 후 상근예비역으로 입대했던 정우람은 지난해 9월 소집해제 후 본격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었다.
그러나 공백은 엄연히 존재했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성적이 그랬다. 김 감독은 "연습과 실전은 다르다"면서 정우람이 제 컨디션을 찾을 때까지 마무리가 아닌 중간 계투로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완벽한 복귀로 향하는 첫 관문이었던 스프링캠프에서는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다. 경기 감각이 무뎌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정우람은 실전 감각을 찾고 있는 과정이다. 앞으로 점점 좋아질 것"이라면서 믿음을 보였다.
스프링캠프에서 주춤했던 정우람은 시즌과 동시에 화려하게 돌아왔다. 홀드왕의 명성 그대로였다. 시범경기 6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0.00(5.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린 정우람은 개막 후 18경기에 등판해 2승 1패 평균자책점 2.65로 순항 중이다. 8홀드를 올리면서 안지만(삼성·12홀드)과 최고 셋업맨 경쟁 체제를 굳혔다.
흠잡을 데 없는 성적이다. 등판한 18경기 중 3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무실점으로 막았다. 실점한 다음 날에는 반드시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신뢰를 회복했다. 2년간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호투 행진이다. 정우람이 버티고 있는 SK 구원진의 평균자책점은 3.53으로, 삼성(2.75)에 이은 2위다.
스프링캠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변화가 있었다. 김상진 SK 투수코치는 "본인이 부족했던 부분을 스프링캠프에서 빨리 캐치했다. 단점을 일찌감치 보완한 덕분에 정우람은 정상 컨디션으로 시즌을 맞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 코치는 "캠프에서 공 던지는 모습을 보니 팔이 예전보다 처진 상태였다. 그래서 결과가 계속 안 좋게 나왔는데, 잘못된 부분을 빨리 고쳤다. 지금은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투수들은 시즌 중에도 폼이 미묘하게 변하는데, 선수와 상의하면서 무너지지 않게 잡아가는 과정들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특별한 조언은 없었다. 누구보다 변화를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선수, 자신이었다. 김 코치는 "정우람은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 아는, 영리한 선수다. 필요한 부분이 뭔지 캐치하고 받아들이면서 시즌을 준비했다"고 했다. 지금의 철벽 셋업맨 정우람이 완성된 과정이다.
경험은 정우람의 자산이다. 2008·2011년 25홀드로 홀드왕에 올랐던 정우람은 2012년 마무리로 전환해 30세이브를 거뒀다. 그 기간 SK는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어디서든 제 몫을 해내는 정우람은 SK 마운드의 대들보였다.
김 코치는 "입대 전에도 어려운 상황들을 수없이 풀어냈던 선수다. 잠시 부진했다고 신뢰가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다. 정우람은 이제 위기를 스스로 이겨낼 내공이 쌓인 선수"라고 평가했다.
병역 의무를 위해 2년 동안 팀을 떠나 있었지만, 정우람은 공을 놓지 않았다. 자비로 재활센터에 등록했고, 체계적으로 몸을 만들어왔다. 그는 "2년 전 실력으로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완벽하게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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