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치르고 있는 '시민구단' 성남FC는 역사의 한복판에 있다.
시민구단 최초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한 성남은 앞으로의 경기 결과가 모두 새역사다. 선수들 중 챔피언스리그 경험자는 주장 김두현과 수비수 이요한, 미드필더 김성준, 김철호 정도다. 그야말로 깜깜한 터널 안에서 챔피언스리그 16강에 나서는 격이다.
더구나 16강 상대는 아시아 정상권으로 올라선 막강 전력의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다. 20일 열리는 광저우와의 16강 1차전에서 성남이 믿는 것은 김학범 감독의 전술과 선수단의 정신력이다. 특히 2007년, 전신인 성남 일화를 이끌고 4강에 진출했던 김 감독의 경험과 지략에 모든 시선이 집중된다.
김 감독과 성남은 이미 조별리그에서 광저우 푸리(중국) 원정을 통해 광저우의 기후와 환경을 몸에 익혔다. 홈구장 크기가 광저우 에버그란데에 비해 작아 비교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대응 방식에는 변함이 없다.
K리그 팀 중 광저우 원정에서 승리한 팀은 2012년 전북 현대가 유일했다. 이후 전북과 FC서울이 도전했지만, 무승부가 대부분이었다. 1차전을 홈에서 치르고 2차전 원정을 가는 성남 입장에서는 어려운 광저우 원정이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광저우전을 하루 앞둔 19일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김학범 감독은 명쾌했다. 그는 5천명 이상의 광저우 원정 팬이 탄천종합운동장에 몰려온다는 이야기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적다. 우리는 일당백을 하는 팬들이 있다. 상대 응원을 우리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워낙 익숙하다"라며 광저우 팬들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전했다.
오히려 김 감독은 광저우의 급소를 먼저 찔렀다. 엘케손, 히카르두 굴라트 등 광저우가 자랑하는 특급 외국인 공격수들을 경계하기보다는 미드필드 싸움을 승부처로 꼽았다.
김 감독은 "광저우에는 K리그 경험이 있는 펑샤오팅, 황보원이 있다. 또, 팀의 중심은 정쯔다. 정쯔에 대한 집중 봉쇄가 필요하다. 정쯔에게서 나오는 볼을 차단하는 것이 (승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라고 정리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 광저우 미드필더진은 중국 국가대표로 구성됐다. 2선에서 공격진에 연결하는 패스가 좋다. 조별리그에서 광저우와 두 번 모두 비겼던 서울도 미드필드에서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면서 잘 버틸 수 있었다. 수비와 미드필드 사이가 촘촘한 성남이 상대 패스만 끊어내면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린 발언이다.
2011년 허난 전예 사령탑을 맡아 광저우와 싸워봤던 경험이 있는 김 감독은 상대의 특징을 누구보다 잘 안다. 정쯔가 "중국에 있을 때 김 감독을 만나본 경험이 있다"라며 경계심을 감추지 않은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김 감독의 심리전도 숨은 무기 중 하나다. 앞만 보는 경기를 하겠다며 1차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해 선수들의 마음을 강하게 조였다. 'K리그의 자존심'을 내세우며 선수들에게 결사적인 심정으로 나설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챔피언스리그보다 K리그 경기가 더 힘들다는 말로 심리적인 안정감을 갖도록 유도하는 주도면밀함도 보였다. 성남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경험이 거의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다"며 경기만 잘 치르면 된다는 기본을 강조했다.
최근 K리그 경기를 치르며 성남이 다양한 위치에서 득점을 만드는 것도 고무적이다. 11라운드 울산 현대전에서는 미드필더 정선호가 페널티지역 오른쪽 외곽에서 왼발 감아차기로 골망을 흔들었다. 김 감독은 "최근 득점이 다변화됐다. 내가 바라던 모습이다"라며 개선되고 있는 경기력으로 큰일을 낼 것을 예고했다.
강한 수비로 울산의 양동현-김신욱 두 공격수를 완벽하게 봉쇄했던 것은 광저우전에서도 참고할 만하다.
조이뉴스24 성남=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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