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화기자] 배우 고아성이 칸영화제를 찾아 호러퀸으로의 변신과 새로운 장르에서 도전, 성인배우로 성장해가는 과정에 대한 속내를 털어놨다.
고아성은 제 68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오피스'(감독 홍원찬)로 세번째 칸영화제를 방문했다. 19일 오후 칸영화제 한국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난 고아성은 한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영화 '괴물'과 '여행자'에 이어 세번째로 영화제를 찾은 고아성은 미성년이었던 과거와 달리 성인으로서 영화제를 충분히 즐기겠다는 각오다.
고아성이 주연을 맡은 영화 '오피스'는 생지옥같은 회사를 배경으로 살벌한 약육강식의 세계와 비정한 조직의 부조리를 그린 호러판 '미생'이라 할 수 있는 이번 작품은 회사 생활을 호러 장르에 녹여 신선한 시각으로 접근한다.
영화는 어느 날 한 가족의 가장이자 착실한 회사원인 '김병국'(배성우 분) 과장이 일가족을 살해하고 사라진다. 김병국 과강의 마지막 행적은 바로 회사. 그러나 회사에 들어가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그는 종적을 감춘다. 형사 '종훈'(배성우 분)은 그의 회사 동료들을 상대로 수사를 시작하고 김과장과 사이가 좋았다는 인턴 사원 '이미례'(고아성 분)에게서 의심쩍은 느낌을 받는다. 모종의 비밀을 가진 듯한 회사 직원들은 불안에 떨고, 이들에게 사건이 일어난다.
고아성은 이번 영화에서 영화로는 첫 성인 연기를 선보인다. 대학을 졸업하고 상경해 정규직 채용만을 바라보며 성실히 일하는 인턴 사원 '미례' 역을 통해 기존과 다른 색다른 변신을 선보였다. 고아성은 "배우가 정치적으로 굴어야 한다면 난 홈리스 수준"이라며 "배우를 직급으로 따진다면 미례와 같은 인턴 사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성인 연기자로의 성장과 배우로서의 미래에 대해 깊이있는 고민을 계속해온 그는 자신을 아끼는 지인으로 '설국열차'로 인연을 맺은 틸다 스윈튼을 꼽았다.
이번 칸영화제는 마음껏 즐기고 싶다는 고아성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제대로 된 파격이라면 하게 될 것같다. 농염한 연기도 가능하다"고 말해 앞으로의 연기 행보에 기대를 갖게 한다.
고아성이 호러퀸으로 변신한 영화 '오피스'는 올 여름 개봉 예정이다.
이하 일문일답
-다시 칸영화제를 방문한 소감이 어떤지?
"처음 왔을 때는 칸이 뭔지 잘 모른 것 같다. 이번에는 잘 즐기고 싶다."
-영화가 처음 상영된 소감은?
"정말 긴장을 했다. 영화를 처음 보니 신선하기도 했다."
-드레스를 안 입고 바지를 입은 이유는?
"너무 바빠서 준비를 못하고 여기 와서 급하게 골랐다."
-그정도로 바빴나?
"드라마는 바쁜 날이 있는데, 여기 오려고 몰아서 찍었다, 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꼭 참석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되더라."
-영화를 처음 본 소감은?
"너무 혼란스럽다. 처음 하는 연기였고 관객 반응이 생각 외로 너무 달라서 잘 모르겠다.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특화된 관객들이 오는거라 게의치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
-그런데 전혀 안 떨려 보이더라.
"내가 떨리는데 안 떨리는 척 하는 연기를 잘 한다(웃음)."
-관객 반응에 대한 소감은 어떤가?
"사람 찌르고 떨어지고 하는데 웃는다는 거. 얼마나 보편적인 반응인지 모르겠으나 어리둥절 하더라."
-스릴러적 연기에 쾌감을 느끼나?
"외신 기자들에게 스릴러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부정할 수는 없었다. 스릴러를 고를때면 너무 까다로워진다. 아마 내가 좋아하는 장르라 더 그런 것 같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스릴러에 대한 편견, 패턴을 모두 깨줬다."
-배우가 아닌 일반 사람들의 삶이 이해가 되는가?
"배우와 회사원의 인식이 너무 다른 것 같다. 하지만 배우로서 오래 살았다고 그것까지 모르겠나. 물론 이해 못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미례 역의 정확한 롤모델이 있었다. 직접 만나 겪은 사람이다. 그 사람 회사에 가서 책상도 보고, 관찰을 좀 했다. 보고 배울 점이 있어서 따라다닌다고 말을 했다. 광화문에 가서 유리창 있는 카페에서 회사원을 보기도 했다."
-회사원을 관찰해보니 어땠나?
"생각보다 사무실이 굉장히 시끄러웠다. 자기 일을 하는 공간에서도 정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 사이에도 정치는 있다. 은근히. 정치적으로 생각해보면 나는 홈리스와 다름이 없다."
-드라마 배우들이 칸에 간다니 어떤 반응을 보였나?
"많이 격려해줬다. 미드나잇은 어떻게 하면 된다라고 유준상 선배가 팁도 주고. 먼저 앞당겨 찍는것도 다 도와줬다. 사람 많지 않으니 너무 당황하지 말라고 말해줬다. 이준이 부러워했다."
-영화 속 칼처럼 스스로에게 부적같은 것이 있다면?
"나에게 칼은 일기를 쓰는 것이다. 스스로 기특하고, 생각하는 것을 매일 쓴다. 묵주를 쥔 것처럼 편해진다."
-액션신이 과격하던데
"촬영 시작 전 한달 반 동안 액션스쿨을 다녔다. 분명한 목적이 있어서 통쾌해 보이길 원했다."
-부상은 없었나?
"다쳤다. 발톱이 나갔다. 2주 정도 쉬었다. 10일 정도."
-촬영에 지장은 없었나?
"드라마 30부작을 하고 있는데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었다. 긴 호흡으로 연기를 하는 것이 힘들다. 내가 나를 너무 믿었는지, 드라마를 하는 것은 감정이 수십배더라. 작년에 찍은 연기를 하다보니 왜 그렇게 하나 싶었다."
-그럼 드라마 생각이 나나?
"여기와서만큼은 '풍문~' 생각은 안하고 싶다(웃음)."
-지난번 방문 때는 미성년이었는데, 이번에는 술을 먹을 수 있지 않나.
"어제는 상영이라 못 마셨는데, 오늘은 마시러 갈 생각이다. 주량은 잘 모르겠는데 술을 안 좋아한다. 석잔? 맥주로."
-아역에서 성인 연기로의 변신을 시도한 느낌이다.
"내가 원하는대로 선택할 수 없기도 하다. 사람들이 원하는 바도 있고 저 스스로 깨야 하는 편견도 있다. 뜻대로 되지는 않나. '풍문~'으로 제안이 들어왔을 때 '언제까지 아역을 할 건가'라는 얘길 많이 들었다. 아역배우들이 성장하는 순리가 있지 않나. 농염한 역할을 맡기도 하고. 아역배우들이 성장하는 순리인 것 같다. '풍문~'은 모든 것을 배신하는 역할이었다. 출산을 하고 멜로도 없고. 출산 연기는 언니의 경험을 참고했다. 주변에 참고할 데가 많았다."
-캐스팅에서 밀린 경험도 있나?
"데뷔는 13살인데, 4살때부터 오디션을 봤다. 그전에는 무수히 떨어졌다."
"내가 맡은 역할이 전에는 누구에게 갔다가 왔다, 이런 점을 굉장히 신경썼는데 지금은 콘트롤할 수 있게 됐다. 크게 게의치 않는다."
-큰 배우들과 일하다가 이번에는 온전히 극을 이끄는데?
"누구랑 있던 내 역할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큰 배우들과 하다가 내가 이끄는 것인지는 인식 못했다. 해외 영화제에 많이 가본 것이 도움이 된다. 차라리 국제 영화제가 편하다. 국내 영화제는 다 아는 사람들이지 않나."
-봉준호 감독이 축하 해줬나?
"축하한다고 해주셨다."
-성인 역할을 위해 농염한 연기도 할 생각이 있나?
"끌리면 하게 될 것 같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제대로 된 파격이라면 하게 될 것같다. 성인 역할 처음에 한다고 했을땐 말려야 되지 않나라고 하는 분들도 있었다."
-주변에 지켜주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자주 보는 분들이 그렇다. 틸다 스윈튼도 자주 본다. 1년에 두번은 보는 것 같다. 틸다가 오거나 제가 영국에 가거나. 얼마 전에 샤넬쇼에서 만난다. 멀리 있어도 지켜보고 있다고 할까. 내가 칸에 간다고 했을 때 '그 영화냐'라고 말했다. '설국열차'때 얘기한 '우아한 거짓말' 스토리도 다 기억하고 있더라."
-배우로 치면 회사 직급 중 어떤 위치라고 생각하나.
"인턴이지 않을까? 이번에 신인상 후보기도 하고."
-출연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오피스'는 배우들의 힘이 굉장히 큰 영화였다. 부산에서 촬영했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특히 이번 영화의 가장 큰 수확은 류현경 언니와 친해졌다는 거다."
-혹시 연출을 해볼 계획도 있는지?
"주변에서 자꾸 권한다. 안판석 감독님도 연출을 한번 해보라고 말하시고. 하지만 자신이 없다. 그래도 마음이 자꾸 흔들리기는 한다."
-'오피스'로 얻은 것이 있다면?
"영화에서 나온 내 모습도 너무 의외였다.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다. 그동안 시나리오를 보던 기준도 깨고 싶었고. '오피스'와 홍상수 감독님 영화도 의외였다. 연기를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싶었다. 드라마도 그렇다.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 내 모습을 보게 된 것도 새롭다."
조이뉴스24 칸(프랑스)=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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