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수원 삼성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탈락했다. FA컵도 32강에서 전남 드래곤즈를 만나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일찍 손을 털었다.
이제 남은 것은 클래식뿐이다. 수원은 승점 20점으로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1위 전북 현대(31점)와는 무려 11점 차이다. 전북의 초반 독주에 그 누구도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전북은 전남에 1-2로 패한 것을 제외하면 어느 팀을 만나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이어가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에 사활을 걸었던 수원 입장에서는 허탈함이 크겠지만 아쉬움을 빨리 지우고 클래식에 집중해야 한다. 하나 남은 우승 가능성을 향해 지금부터 다시 달려가야 하는 것이다. 지친 상태로 사나흘 간격으로 경기를 치르는 일정을 견뎌오다가 한번에 무너졌다는 점에서 심리 회복이 급선무가 됐다.
수원이 챔피언스리그와 FA컵에서 중도 탈락한 이유는 모두 수비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수비는 시즌 전부터 수원의 고민거리였다. 자체적으로도 세트피스 수비 약점이 있다고 인정할 정도로 완성되지 않은 수비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다.
플랫4 수비는 한 번도 같은 조합으로 나선 적이 없다. 매 경기 수비수 조합이 달라졌다. 로테이션 체제로 3개 대회를 병행하기 위한 서정원 감독의 대응책이었다고는 하지만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별로 효과가 없었다. 서 감독이 동계 전지훈련에서 선수들의 멀티포지션 능력 배양에 나선 것은 부족한 자원으로 돌려막기를 해야 하는 팀 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시즌 초반 수원으로 복귀한 곽희주 플레잉코치는 몸이 완벽하게 만들어지지 않아 바로 투입되기 어려웠다. 설상가상으로 전지훈련지에서 부상을 당한 오장은은 복귀 후 부상 재발로 수술대에 올랐다.
와중에 지난 2일 전북전에서 중앙 미드필더 김은선이 부상당한 것은 치명적이었다. 김은선의 부재가 사실상 수원의 FA컵, 챔피언스리그 좌절을 불러왔다고 해도 될 정도로 대안 부재가 아쉬웠다. 오른쪽 풀백 오범석에게 김은선의 역할을 맡겼지만 완벽하지는 않았다.
공격 쪽에서는 염기훈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지적을 할 수 있겠지만 다양한 공격 방법으로 충분히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상호-고차원-서정진-장현수-레오 등 재능있는 측면 자원이 많다. 산토스까지 부상에서 복귀하면 공격은 걱정이 없다. 문제는 결국 수비다. 수비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결국, 모든 것은 선수 영입으로 귀결된다. 수원은 서정원 감독 부임 3년 동안 대형 선수 영입 없이 몸집을 줄여왔다. 수원에 대한 애정이 깊은 선수들 스스로 연봉을 감액해 남는 등 희생으로 버텨왔다. 연봉 공개 등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정책이 선수단 감축에 한몫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팀은 투자를 해야 발전한다는 것을 전북이 증명하고 있다. 전북은 꾸준한 투자를 통해 클래식 1위와 챔피언스리그 8강, FA컵 16강 진출 등 순항하고 있다. 수원이 내부적인 상황이 어려워 유스팀 발굴로 방향을 바꿨다고 하더라도 꼭 필요한 부문에서 외부 영입을 하지 않으면 클래식 정상 도전도 어렵다. 모기업 전환으로 구단 살림살이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김은선 영입처럼 숨은 보석을 찾아야 한다.
A구단의 B감독은 익명을 전제로 "수원의 공격은 전북 못지않게 무섭다. 수원가 경기 때는 우리 팀 수비진에게 측면에서 연결되는 볼을 잘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만, 수비 공략은 어렵지 않다. 중앙 수비 뒷공간을 높이와 힘으로 압박해 벌어지게 한 뒤 2선 패스로 무너트리면 된다"라고 얘기했다. 수원의 현재 상황을 대변할 수 있는 말이다.
선두 독주 중인 전북을 제외하면 2~8위 사이의 승점차는 5점에 불과하다. 한두 경기에 따라 얼마든지 순위가 오르내릴 수 있다. 모든 팀과 경기를 치러봐 전력이 드러난 상황에서 외부수혈로라도 두꺼운 수비진을 구축하지 않으면 수원이 원하는 정규리그의 호성적은 기대하기 어렵다. 2008년 네 번째 별(우승)을 가슴팍에 새긴 뒤 7년째 우승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믿음과 조직력, 투혼으로만 버티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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