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서울 이랜드FC(이하 서울E) 사무국은 20일 상주 상무와의 빅매치를 앞두고 일기예보를 주시했다. 창단 후 처음으로 빗속에서 잠실주경기장 홈 경기를 치를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과 극심한 가뭄이 온 나라를 고통에 빠트리고 있는 상황에서 무척 반가운 비가 내렸지만, 서울E에는 반갑기만한 비는 아니었다. 비가 흠뻑 내린 다음 경기 시작 시각인 오후 7시 전에는 그쳐주기를 바랐다.
이날 서울E-상주전은 주민규(서울E)와 이정협(상주), 양 구단의 간판 공격수가 맞대결하는 경기로 관심을 모았다. 주민규는 7경기 연속골을 넣는 등 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는 신예 골잡이고, 이정협은 지난 1월 아시안컵 맹활약으로 A대표팀에 꾸준히 승선하면서 2부리거 공격수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는 점에서 흥행 카드였다.
서울E는 메르스 등으로 인해 가변석을 3천석으로 축소 운영했다. 리그 1위팀 상주와의 빅매치인 만큼 관중석이 가득 들어찬다면 고마울 일이지만 비를 뚫고 과연 관중이 얼마나 올 것인지 의구심이 있었다. 바로 옆 잠실야구장에서 2시간 먼저 시작하기로 돼 있던 롯데-두산의 프로야구는 우천으로 취소됐다.
비가 웬만큼 와도 경기를 치르는 축구지만 빗속 관람이 익숙치 않은 관중을 축구장으로 유도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상주전은 서울E 구단에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관중이 이날 경기장을 찾았다. 구단에서는 입장객 전원에게 마스크와 파란색 우의를 지급했다. 손 세정제도 비치해 위생 문제에도 신경을 썼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가변석에는 파란 물결이 넘실거렸다.
일부 관중들은 비 내리는 경기장을 잘 활용했다. 비를 맞는 가변석에서 굳이 관람하고 싶지 않았던 관중은 기존의 경기장 관중석에 앉았다. 그라운드와 멀어 시야는 좋지 않은 편이지만, 선수들의 전체 움직임을 한눈에 보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서쪽 관중석 테이블석에 다수의 관중이 몰렸다.
비가 오는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팬들의 응원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서로 다른 구호를 외쳐도 응원하는 마음은 똑같았다. 서울E 관계자는 경기를 앞두고 "메르스 등으로 컨테이너석을 운영하지 않아 오직 중앙 가변석에서 봐야 하는데 얼마나 메울지 고민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날 잠실종합운동장을 찾은 관중수는 2천494명이나 됐다. 이날 K리그는 클래식까지 포함해 6경기가 열렸는데, 전남 드래곤즈-FC서울의 광양 경기에 입장한 2천794명보다 300명 모자랐다. 인접한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FC-광주FC의 클래식 경기 관중 1천593명과 비교하면 훨씬 많았다.
더욱 긍정적인 요인은 비가 와도 올 관중은 온다는 점이다. 최근 두 번의 서울E 주말 홈경기에서는 1천638명(충주 험멜전)과 2천720명(수원FC전)이 찾았다. 올 시즌 홈 경기 평균 관중은 2천646명. 상주전에서는 갖은 악조건을 뚫고 평균관중보다 불과 150여명 적은 관중들이 찾아줬다. 이는 어느 정도 서울E의 고정 팬층이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경기에서는 상주에 2-3으로 패했지만 마틴 레니 서울E 감독은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비가 내려도 팬들이 와서 관중석을 메워준다. 성공적인 팀이 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다. 계속 모이면 팬들도 소속감을 느낄 것이다"라고 늘어나는 팬들의 성원 속에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한 팀이 될 것임을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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