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큰 무대에서는 초반 승부와 수비가 중요하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경기였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22일 오전(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16강전에서 프랑스에 0-3로 완패하며 8강 진출이 좌절됐다.
2003년 대회 이후 12년 만에 출전한 월드컵에서 한국은 사상 첫 승과 16강 진출을 동시에 달성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전진은 없었다. 세계적 강호의 높은 벽에 막혀 8강 꿈은 다음 대회를 기약하게 됐다.
프랑스전은 한국 여자 축구는 물론 남자 축구를 통틀어서 공통적으로 가진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였다. 바로 수비에 대한 고민이다. 보다 견고한 수비진을 구축하기 위해 최적의 조합을 찾으려 애쓰고 있지만 쉽게 해결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날 프랑스전도 순간적으로 수비에 균열이 생긴 것이 바로 실점으로 연결되며 승부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 전반 시작 8분 만에 두 골이나 내주며 일찍 주도권을 빼앗겼다. 프랑스의 2대1 패스 두 번에 한국 수비가 붕괴했다.
프랑스는 냉정하게 한국 수비 사이를 파고들었다. 한국은 중앙 수비수 황보람(이천대교)의 경고누적 결장 공백을 김도연(현대제철)이 메웠다. 그러나 프랑스의 빠른 패스에 속수무책이었다. 윤덕여 감독이 "물러서지 않고 정상적인 경기를 하겠다"라며 준비한 대책도 소용이 없었다.
한국 여자대표팀은 수비 면에서 계속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지난 3월 키프로스컵에서도 경기 운영을 잘 하다가도 순간적인 실수로 실점하며 승리 기회를 날린 아픈 경험이 있다. 수비에 대한 고민이 드러난 상황에서도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황보람이 4월 초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하며 성장세를 보인 것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토너먼트에서는 무엇보다 수비가 다음 단계로 향하는 기본이 된다. 오히려 이날 프랑스전에서 한국은 초반 이른 시간에 두 골을 내주고서야 경기력이 안정되는 이상한 상황을 연출했다. 경기 운영 능력이나 경험이 풍부한 프랑스와 비교해 떨어지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비록 0-2로 끌려갔지만 한 골만 따라붙어도 희망을 볼 수 있는 후반, 역시 이른 시간에 프랑스의 2대1 패스에 또 한 번 당했다. 8분 만에 추가 실점을 하면서 그나마 있던 추격 희망도 사그라들었다. 16강 목표를 이루면서 기적의 축구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한국 여자 축구가 여전히 가진 것은 부족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프랑스는 한국의 공격이 측면에서 만들어지는 것을 알고 철저하게 가로지르기를 봉쇄하며 반격의 틈을 주지 않으며 완승했다.
8만4천명의 여자 축구 선수를 보유한 프랑스를 상대로 1천765명의 선수를 대표해 월드컵에 나섰던 태극낭자들의 담대한 도전은 그렇게 끝이 났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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