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화기자] 2015년 상반기 한국영화는 초라한 성적표를 썼다. 상반기 극장 개봉작 80여편(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기준)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단 6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가판권과 해외 판매 등을 제외하면 총 5편. 그나마도 흥행 대박 영화는 나오지 않았다.
80편 중 6편만 체면치레
지난 연말 개봉해 올 초 1천만 관객을 돌파한 '국제시장'의 흥행 이후 한국영화는 이렇다할 흥행작을 배출하지 못했다.
영진위 집계 기준 387만여명을 동원한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이 가장 나은 성적. '스물'과 '강남 1970', '악의 연대기', '극비수사' 등이 200만명을 넘어섰으며 '오늘의 연애'와 '차이나타운'이 제작비 대비 수익을 냈다.
'강남 1970'은 국내 관객 동원으로는 손익분기점 300만명에 미치지 못했으나 해외판매 호조에 힙입어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흥행 대박은 차치하고 중박작도 내놓지 못한 한국영화에 비해 외화는 유례없는 강세를 보였다.
'어벤져스'의 천만돌파와 국내 관객들의 외화 사랑
화제작이 드물었던 지난 상반기 '어벤져스'는 개봉 전부터 '천만은 따놓은 당상'으로 불리며 기대를 모았다. 국내에서 촬영을 진행한 '어벤져스'는 심리적으로 국내 관객에게 친근감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으며 전작의 흥행 성공에 힘입어 어떤 영화보다 높은 인지도를 쌓아왔다.
영화는 '아바타' '겨울왕국' '인터스텔라'를 잇는 외화 네 번째 천만 기록인 동시에 외화 최단 기간(25일)의 기록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어벤져스'는 최종 관객수 1천49만명을 모았다.
'어벤져스2'의 천만 돌파는 국내 개봉한 한국영화와 외화를 통틀어 역대 15번째 기록이다. '어벤져스2'는 역대 외화 박스오피스 평일 최고 오프닝, 역대 외화 최초 일일 100만 관객 돌파 기록에 이어 100만 단위 관객수를 모을 때마다 '역대 외화 최단기간'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개봉 13일 째 800만, 17일째 900만 관객을 넘어선 '어벤져스2'는 25일 만에 1천만 관객을 넘어서며 다시 한 번 화려한 기록을 썼다.
어벤져스2'의 국내 흥행 성과는 북미와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이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와 '매드맥스:분노의 도로'로 이어졌다. 국내에서의 유독 돈독했던 사랑을 받은 이들 작품들은 상반기 외화의 득세에 중추 역할을 했다.
웰메이드 콘텐츠의 부족, 유사 장르의 재생산
올해 한국영화의 부진은 여러 원인에서 문제를 찾을 수 있다. 먼저 상업성과 흥행 면에 집중한 나머지 흥행성공작의 아류작이 재생산돼 관객들의 만족감을 떨어뜨렸다는데 큰 원인이 있다. 잘 된 작품에서 따온 유사한 전개와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는 장면 구성, 엇비슷한 캐릭터와 장르 등은 관객들의 등을 돌리게 했다.
웰메이드 영화의 부재도 큰 몫을 했다. 재기넘기는 신인 감독들의 등장, 기성감독들의 믿고 보는 영화, 독특하고 창의적인 작품이 사라진 영화계는 외화들의 공세로 초토화됐다.
80여편의 영화들이 개봉한 상반기, 그 어느때보다 많은 편수의 한국영화들이 관객과 만났다. 그러나 관객의 뇌리에 남는, 영화사에 이름을 새길만한 작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모험과 도전의식 없이 무난하게 만들어낸,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작품들에 관객들은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하반기에는 믿고 보는 감독들의 귀환과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하고 스타군단을 캐스팅한 기대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올 상반기의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하반기에는 다시 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조이뉴스24 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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