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18라운드까지 치른 K리그 클래식에서 부동의 꼴찌는 대전 시티즌이다. 승점 8점으로 11위 부산 아이파크(16점)와 8점 차이가 난다. 클래식 잔류 마지노선인 10위 울산 현대(20점)에는 12점 차로 벌어져 있다.
대전은 지난 28일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충격적인 선발진을 구성했다. 구단 프런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3군 선수들 일부가 선발로 나섰다"고 할 정도다. 취재진조차 한두 명을 제외하면 이름 자체가 낯설게 여겨지는 선수들이 많았다.
최문식 대전 감독은 취재진에게 "놀랍지 않으냐. 지금 이것이 대전이다"라며 애써 호탕하게 웃었다. 물론 웃음 뒤의 씁쓸함까지 감추기는 어려웠다.
최 감독은 7월 여름 이적시장이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다. 짧은 패스 축구를 선호하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팀을 이끌어가기 위해 다수의 선수를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깜짝쇼가 있을 것이다. 7월 26일을 기대해 달라"라고 말했다. 7월 새로 영입하는 선수들을 12일 22라운드 종료 이후 주어지는 휴식기에 빡빡하게 조련해 26일 재개되는 리그 후반기에서 반전의 경기력을 보여주겠다는 구상이다.
과연 최 감독의 기대대로 될 수 있을까. 대대적인 개편이 성공하려면 즉시전력감 영입이 중요하다. 이적시장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최 감독은 팀을 찾지 못한 노장과 어린 선수들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선수 영입은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고 한다. 최 감독은 "이적 시장이 백화점이 아닌 재래시장"이라며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낼 자원을 찾아야 하는 현실을 전했다.
물론 자금도 확보해야 한다. 구단주인 권선택 대전광역시 시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라 구단의 자금 집행이 쉽지 않다. 그나마 히칼딩요, 사싸 등 영양가가 전혀 없었던 외국인 선수를 일찌감치 정리했고 선수단 전체 연봉이 저렴한 편이라 큰 문제는 없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구단 수뇌부의 절대적인 협조다. 노조를 결성한 프런트와 마찰을 일으켰던 전득배 사장도 어느 정도는 협조적인 자세로 전환했다.
한 관계자는 "(프런트와) 전 사장의 사이는 괜찮은 편이다. 본인도 임기 내 강등이라는 불명예를 안기 싫을 것이기 때문에 최 감독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을까 싶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대전은 늘 예측대로 일이 진행되는 구단이 아니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자금 대부분을 대전광역시에서 충당해야 하니 아무래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시즌 시작 전 선수단 인원을 30명 내외로 줄여놓고 시작해도 시즌을 치르다 보면 어느새 40명 가까이로 몸집이 불어나 있는 경우가 흔히 있었다. 장기 비전 없이 땜질 처방으로 위기를 모면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과 사장이 마찰을 일으켜 서로 등을 돌리는 경우가 잦았다. 이상을 갖고 팀 지휘봉을 잡았던 감독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지쳐 항복하곤 했던 것이다.
최 감독의 전면적인 팀 개편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은 중요하다. 전 사장이 지난 4월 프런트와 마찰을 봉합한 뒤 최 감독을 영입한 것은 사장의 뜻에 의한 것이었다.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것이다. "7월에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며 큰소리를 친 것도 있어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최 감독은 2017년 12월까지 계약을 맺었다. 그는 "내게 잘해보라고 (장기 계약을) 한 것 아니냐"라며 어떻게든 팀을 클래식에 잔류시키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최 감독의 지인은 "최 감독은 (프로 지도자를 할 경우) 강팀 아니면 약팀을 맡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만큼 결정이 확실하다"라며 화끈한 성격을 앞세워 대전 구하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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