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이 부진에 빠진 외국인 투수 험버의 거취에 대해 한 말이다. 험버는 거듭된 부진으로 현재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상태다.
험버의 부진은 고스란히 KIA 선발진의 고민으로 이어진다. KIA는 6월까지 팀 선발진 평균자책점 1위(4.34)에 올라 있는 팀. 하지만 기록으로 드러난 만큼 KIA의 선발진은 강하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원투펀치 양현종, 스틴슨을 제외하면 확실한 믿음을 주는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KIA 선발진이 평균자책점 1위에 올라 있는 것은 양현종의 특급 활약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균자책점 1.63(105이닝 19자책)을 기록 중인 양현종의 성적을 제외할 경우 KIA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5.39로 크게 올라간다.
험버의 공백이 KIA 선발진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험버만 제 몫을 해줬다면 KIA는 양현종과 외국인 투수 2명 등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을 1~3선발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험버가 제 몫을 못해주면서 KIA 선발진은 3~5선발이 불안한 상태다.
메이저리그 퍼펙트게임 경력의 소유자로 큰 기대를 받았던 험버는 올 시즌 12경기에 등판해 3승3패 평균자책점 6.75(50.2이닝 38자책)를 기록 중이다. 드러나는 성적만으로도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험버는 부진이 계속되면서 지난 5월17일 처음으로 2군에 내려가 컨디션을 조절했다. 이후 지난달 9일 넥센전에서 5이닝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살아나는가 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두산전에서 볼넷을 남발하며 0.2이닝 2실점으로 조기강판한 뒤 또 다시 2군행을 통보받았다.
김기태 감독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2군에서 정상적으로 스케줄을 소화하게 될 것"이라고 향후 험버의 거취에 대해 설명했다. 말을 아끼고 있는 모습이지만 김 감독의 말에는 험버의 교체 가능성에 대한 여지도 남아 있다.
김 감독은 LG 사령탑 시절이던 지난 2013년에도 퇴출설이 나돌던 주키치를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시즌을 치렀다. 선수와의 신뢰 관계, 팀 분위기를 중시하는 김 감독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 하지만 결국 부진했던 주키치는 이후로도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올 시즌 역시 김 감독은 험버에게 신뢰를 보이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자신의 일본 코치 시절을 떠올리며 험버의 타지 생활이 힘들 것이라는 인간적인 걱정도 함께였다. 그러나 험버는 아직까지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LG 사령탑 시절의 경험이 김 감독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가 관심거리다.
험버와 함께 서재응도 컨디션 조절차 2군으로 내려가 있는 상황. KIA는 지금껏 그랬듯 다양한 선발 카드를 내세워 이들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당장 1일 한화전에는 임준혁이 선발로 나선다. 2군에 있는 김진우도 1군 합류가 가능한 시점이 됐다. 김병현, 홍건희, 유창식 등도 선발로 활용할 수 있는 투수들이다.
KIA 선발진은 양현종, 스틴슨 '원투펀치'를 앞세워 불안함 속에서도 선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든든한 3선발이 필요하다. 험버의 거취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험버로 인해 KIA가 큰 고민을 떠안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조이뉴스24 광주=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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