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 차승원·김여진·정웅인 퇴장…1막 이끈 '미친 존재감'

[이미영기자] 광해 차승원은 왕위를 내려놓고 유배를 떠났고 정웅인과 김여진은 형장의 이슬이 됐다. '미친 연기력'을 보여준 3인방의 퇴장과 함께 '화정'의 1막이 막 내렸다.

지난 21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화정' 30회는 능양군(김재원 분)이 인조반정에 성공하고 광해군(차승원 분)이 유배로 퇴장하는 모습을 그렸다. 광해의 수족인 이이첨(정웅인 분)과 김개시(김여진 분)는 참수형으로 안타깝게 생애를 마감했다.

광해군은 능양군의 반정 계획을 알면서도 정명공주(이연희 분)와 홍주원(서강준 분), 그리고 화기도감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왕위를 내려놨다. 광해는 인조에게 무릎을 꿇었지만, 그 마지막이 결코 초라하지 않았다.

폐위되기 전 정명을 마지막으로 만난 광해는 "정명아 오늘 잠시 불의에 무릎을 꿇는다 해도 스스로의 절망에 져서는 안 된다"며 마지막 당부를 남긴 후 인우(한주완 분)에게 포박됐다.

강력한 왕권을 위해 인간임을 버리기도 했고, 중립 외교를 하기 위해 중신들을 꺾고 힘겨루기를 하기도 했지만 결국 능양에게 무참히 무릎을 꿇으며 역사는 돌고 돈다는 것을 증명했다.

광해는 마지막 편전에서 의기양양해 하는 능양군에게 "너는 이것을 승리라고 하는 구나. 그래 나는 너한테 패했다. 나는 내 뜻을 다하지 못했으니 나의 가장 큰 잘못은 바로 너같이 무도한 자에게 어좌를 내준 것이로구나"라며 한탄했다. 또한 "너는 결코 아직 승리하지 못했다 능양. 너는 언젠가 이 땅에, 가장 뼈아픈 패배를 가져올 것이며, 이 나라를 가장 큰 수렁에 몰아넣게 될 것이니. 그날, 너와 여기에 있는 네놈들은 지금 이순간보다 더한 고통과 모멸을 얻게 될 것이다"라며 인조의 앞날을 예언했다

당당하게 능양을 꾸짖는 광해역의 차승원은 마지막까지 포스를 잃지 않으며, 기품 있는 연기로 시청자의 사랑에 화답했다. 때로는 눈을 촉촉히 적시고, 입술 끝을 올리며 분노를 다스리면서도 한층 위엄 있는 저음의 목소리로 능양 뿐만 아니라 시청자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날 방송에서는 광해와 함께 극에 긴장감을 부여했던 김여진과 정웅인도 함께 퇴장했다.

목숨을 부지하고자 도주를 택했던 이첨(정웅인 분)은 군사들에게 포위당했다. 그는 "이렇게 끝낼 수는 없어"라고 절규하며 최후의 발악을 했다. 반면 개시(김여진 분)는 능양의 협박에도 보란 듯이 조소를 지어 보이며 담담하게 마지막을 받아들였다.

특히 개시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광해를 향해 헌신적인 애정을 드러내 시청자들의 가슴을 시큰하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을 찾아온 정명을 향해 "염치없지만 전하의 대의를 잊지 말아주십시오. 부디 마마께서 그분의 그 뜻을 이어주십시오"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이어 형장에 앉은 개시는 백성들의 돌팔매질을 의연하게 참아내며 마음 속으로 광해와 작별 인사를 나눴다.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도 광해의 안위를 걱정했고 절절한 개시의 마음이 안방극장에 고스란히 전달되며 시청잗르의 눈시울을 적셨다. 눈물바다를 이뤘다.

정웅인과 김여진은 마지막까지 최고의 연기력을 선보이며 '화정'에서 아름답게 퇴장했다. 정웅인은 자신이 평생을 두고 갈구했던 권력을 잃은 뒤 곤두박질친 심정을 강렬한 연기로 표현해냈다. 미치광이처럼 웃음을 가장한 절규를 쏟아내는 그의 열연은 시청자들을 소름 돋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김여진 역시 마지막까지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오열보다 더 오열 같은 개시의 담담한 눈물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강렬하게 울렸다.

'화정'은 차승원이 이끌었던 1막이 끝나고 이연희와 김재원이 이끄는 2막이 시작됐다.

능양은 인목대비(신은정 분)와 함께 궐에 들어 온 정명을 향해 저열하고 비열한 웃음으로 위협하며 왕위 즉위와 함께 역대급 악행을 예고했다. 정명은 자신을 향한 민심과 선조의 유일한 적통공주라는 신분을 이용해 본격적으로 능양과 맞대결을 선언했다.

차승원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연희와 김재원은 광해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까. 이들의 활약에 '화정' 2막의 명운이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