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올스타 브레이크를 통해 FC서울이 달라져 돌아왔다. 포지션별 무게 중심이 잡히면서 후반기 대반전을 예고했다.
서울은 22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FA컵 8강전에서 박주영(30)의 두 골 활약으로 2-1 역전 승리를 거뒀다. 단판 승부라는 특징이 있었지만, 포항전에서 보여준 서울의 경기력은 전반기와 비교해 변화가 감지됐다.
가장 긍정적인 부분은 박주영의 킬러 본능 부활이다. 박주영은 이미 7월 클래식 4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골 감각을 찾고 있었다. FA컵에서 포항을 상대로 멀티골을 작렬하며 완전치 않은 몸 상태에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골 장면을 뜯어보면 더욱 그렇다. 0-1로 뒤지고 있던 전반 24분, 김치우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프리킥의 궤적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 머리로 골망을 흔들었다. 무릎 상태가 그나마 좋은 초반에 문전에서의 기민한 움직임 한 번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본인의 순간 위치 선정을 통해 득점 감각을 보여준 것 같다. 실점 이후 불안했는데 역전승보다 더 중요했던 골이었다"라며 박주영 개인의 노력으로 얻은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박주영이 최전방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주면서 공격 2선도 힘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윤일록(23)이나 윤주태(25) 등이 마음 놓고 박주영을 활용해 움직이면서 골 기회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박주영의 자세가 개인이 아닌 팀을 중요시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그는 "아프다고 해서 대충 뛸 생각은 없다. 골을 넣어 기분이 좋지만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덜었다"라며 이타적인 플레이로 승리에 기여한 것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최 감독이 칭찬했던 박주영의 희생적인 자세가 팀 분위기에 긍정적으로 퍼지기에 딱 좋은 상황이 만들어졌다.
서울의 수비라인은 더욱 안정감을 찾았다. 차두리(35)와 김치우(32)가 좌우에서 뒷공간이 비는 것을 감수하고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 상대를 괴롭히는 효과를 얻었다. 차두리가 저돌적인 돌파로 공간을 만든다면 김치우는 세트피스에서 강력한 왼발로 중요한 공격 옵션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중앙 수비수 김진규(30)의 귀환이 반갑다. 지난 4월 26일 광주FC전에서 종아리 근육 파열 부상을 당한 이후 87일 만에 복귀전을 치렀다. 김진규가 중앙에서 중심을 잡으면서 그동안 수비 리더였던 오스마르가 중앙 미드필더로 복귀, 유기적인 볼 전개가 가능해졌다.
김진규는 투쟁력과 대인방어가 좋은 수비수다. 서울의 견고한 수비에 더욱 힘을 보탤 수 있게 됐다. 고명진의 알 라얀 이적으로 힘이 떨어진 미드필드까지 보완하는 파생 효과를 얻었다. 오른쪽 새끼발가락 피로골절 부상에서 복귀해 고명진의 역할을 소화한 이석현이 서서히 컨디션을 올리며 뛸 여유도 생겼다.
서울은 클래식에서 승점 32점으로 6위지만 3위 전남 드래곤즈(34점)와는 2점 차이에 불과하다. 안정감으로 도전하면 2위 수원 삼성(40점)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서울의 전력이 정상화되면서 그야말로 흥미로운 후반기 순위 싸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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