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FC서울 골키퍼 유상훈(26)은 지난해 11월 23일 열렸던 성남FC와의 FA컵 결승전만 생각하면 민망하다.
당시 객관적인 전력에서 성남에 앞섰던 서울은 수비를 뚫지 못하고 연장전을 넘어 승부차기까지 갔다. 승부차기의 승자는 성남이었다. 유상훈이 상대 키커들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성남은 골키퍼 박준혁이 벤치에 있던 골키퍼 전상욱의 도움을 받아 오스마르와 몰리나의 킥을 막아내며 4-2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에는 희비가 엇갈렸지만, 유상훈의 페널티킥 선방 능력은 원래 뛰어난 편이다. 지난해 포항 스틸러스와의 FA컵 16강,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이 대표적이다. 승부차기 4-2, 3-0이라는 점수가 알려주듯 유상훈의 선방으로 서울은 다음 라운드 티켓을 얻어낼 수 있었다.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도 유상훈의 진가는 또 한 번 빛났다. 후반 33분 몰리나가 권완규를 밀어 인천에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1-0으로 앞서고 있던 서울로서는 반드시 막아야 했던 페널티킥이다.
유상훈은 키커로 나선 조수철의 발을 뚫어지라 봤고, 킥 방향을 읽고 몸을 날려 선방했다. 유상훈의 방어로 실점 위기를 넘긴 덕분에 서울은 박주영의 추가골을 더해 2-0으로 승리, 리그 3위로 올라섰다.
경기 후 최용수 감독은 "유상훈은 페널티킥 선방이 강점인데 지난해 FA컵 결승에서는 (코칭스태프)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오늘은 짧은 시간의 소통으로 승리했다"라고 웃었다.
최 감독의 말을 들은 유상훈은 "오랜만에 정규리그에 나왔는데 무실점을 해내 만족한다. 수비에서 버텨주니 공격에서 해결사가 많다는 것을 느낀다"라고 동료들에게 승리의 공을 돌렸다.
페널티킥 선방 비결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꼽았다. 그는 "코칭스태프의 분석이 좋아서 자신 있게 했다. 오늘도 감독님이 조수철의 킥 방향에 대해 분석을 잘 하셔서 믿고 했다"라고 전했다.
자신감의 이면에는 그만의 느낌이 있다. 그는 "경기 전 상대 선수의 데이터가 온다. 양방향으로 다 차는 선수가 있으면 내 느낌대로 막는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FA컵 결승에 대해서는 "(감독님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서 힘들었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처음에 몇몇 선수의 방향을 따라가다가 마지막 키커에서 내 느낌대로 했는데 악수가 됐다"라며 당시의 아픔 이후 코칭스태프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이뉴스24 상암=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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