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거북이 달린다' 지난 2009년 개봉된 한국 영화다. 영화 내용과 상관은 없지만 제목과 어울리는 선수가 KBO리그에도 있다.
롯데 자이언츠 주장 최준석이다. 거구답게 발이 느린 그가 타격을 하고 달리는 모습은 거북이를 연상시킨다.
그런 최준석이 7월 3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원정 경기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을 연출했다.
롯데가 4-0으로 앞서고 있던 5회초 공격 무사 1, 2루. 타석에는 중심타자인 최준석이 나왔다. 이 때 롯데 벤치는 '작전'을 걸었다.
최준석에게 번트를 지시한 것이다. 그는 kt 투수 심재민이 던진 초구에 번트를 댔다. 타구는 3루쪽으로 굴러갔다. kt 수비진은 당황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kt 3루수 앤디 마르테는 달려오며 공을 잡은 뒤 서둘러 1루로 송구했으나 1루수 김상현이 잡을 수 없는 곳으로 공이 갔다. 공식기록은 3루쪽 번트안타에 이은 악송구 실책. 루상에 있던 주자 2명은 모두 홈을 밟았다. 롯데는 최준석의 번트 하나로 6-0까지 점수를 벌렸다.
최준석은 경기가 끝난 뒤 "벤치에서 나온 사인대로 따랐다"며 "팀 플레이가 먼저"라고 번트안타를 만든 당시 상황을 말했다. 롯데 벤치에서 최준석에게 번트를 지시한 건 최근 타격감이 떨어졌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는 앞서 치른 LG 트윈스와 주중 3연전에서 10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뜻밖의 번트를 선택한 것이 최상의 결과를 냈다. 이어 최준석은 7회초 맞은 4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날려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있던 2005년 이후 10년 만에 두 번째 번트안타를 기록한 최준석이 다음으로 노려볼 만한 것은 도루다. KBO리그에서 발이 느린 대표적인 선수로 꼽히는 최준석이지만 통산 도루 개수는 두자릿수다. 2002년 프로 데뷔 후 지금까지 10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실패 횟수는 8차례로 오히려 적다.
올 시즌에는 아직까지 도루가 없지만 지난 시즌에는 한 차례 시도해 성공했다. 최준석은 최근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7월 22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
7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에 나온 안중열이 2루타를 쳤다. 1루주자였던 최준석은 2루를 돌아 3루까지 지나 홈으로 내달렸고 득점에 성공했다. 최준석의 발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홈 쇄도였지만, 적극적인 주루로 점수를 뽑아냈다.
최준석은 2013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친정팀 롯데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이대호(소프트뱅크) 홍성흔(두산)이 떠난 롯데의 4번타자 자리는 그의 몫이었다. 그런데 지난 7월 들어 그는 4번 자리를 손아섭과 짐 아두치 등 다른 선수에게 넘겼다. 타석에서 더 공격적인 자세를 요구한 이종운 롯데 감독은 최준석을 5번타순으로 내렸다.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지만 그는 묵묵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 5번 타순으로 자리를 옮겨 더 나은 성적을 내고 있다.
최준석이 올 시즌 4번타자로 나왔을 때는 타율 2할7푼1리(273타수 74안타)를 기록했다. 5번타자로는 타율 3할9푼6리(48타수 19안타)다. 지금까지는 '5번타자 최준석'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는 셈이다.
한편 그는 99안타로 개인 통산 5번째 세자릿수 안타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개인 한 시즌 최다 안타는 지난 2010년 기록한 136안타다.
조이뉴스24 수원=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