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지난 주말 LG와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거두는 동안 SK 와이번스의 타순은 요동쳤다. 중심타선을 지키던 브라운이 1번으로 이동했고, 최정이 4번 타자로 나섰다. 3연전 마지막 2일 경기에서는 이명기가 다시 톱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잦은 선발 라인업 변화는 SK의 치열한 고민을 반영한다.
변화는 지난달 29일 광주 KIA전부터 시작됐다. 출루율은 높지만 득점권에서 부진했던 브라운이 1번에 배치되고, 정의윤이 4번을 맡는 파격 라인업이었다. 소득은 크지 않았다. KIA에 3연패를 당하는 동안 SK의 팀 타율은 2할5푼에 그쳤다. 브라운이 3할8리를 기록했지만, 이명기와 김강민이 나란히 9푼1리로 부진해 효율성이 떨어졌다.
KIA에 스윕을 내주고 31일부터 홈에서 LG를 만난 SK는 미세한 변화를 추가했다. 브라운, 박정권으로 테이블세터를 꾸리고, 이명기와 최정, 정의윤이 중심타선을 이루는 라인업을 들고 나온 것이다. 박정권은 2012년 7월 25일 대구 삼성전 이후 무려 1천101일 만에 2번 타자로 출전했다. SK는 이날 박정권과 이명기의 멀티히트를 앞세워 3-1로 승리하고 길었던 4연패에서 탈출했다.
8월 1일에는 조동화-박정권-이명기-최정-이재원-브라운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타순으로 승부를 냈다. 결과는 4-8 패. 선발 세든이 3이닝 만에 4점을 내주고 조기 강판당했고, 타선은 산발 8안타 4득점에 그쳤다.
이튿날 LG전 선발 라인업은 또 달라졌다. 이번에는 이명기와 박정권이 테이블세터, 최정과 정의윤, 이재원이 중심타선에 배치됐다. 브라운은 7번으로 내려갔다. 김용희 감독은 "(라인업을) 손 봐야지 어쩌겠나. 원래대로 가야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디서든 터져야 하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수많은 변화 끝에 선보인 타선은 이날 16안타를 몰아치며 LG를 8-2로 꺾었다. 이명기와 박정권, 정의윤, 브라운, 김성현이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3-0으로 앞선 4회말에는 박정권과 최정, 정의윤이 연속 안타를 때려 LG 선발투수 루카스를 3.2이닝 만에 끌어내렸다.
영양가 없이 군데군데서 터지는 안타가 아니라, 작은 틈도 놓치지 않고 득점 상황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드디어 발휘된 느낌이다. 김 감독은 "이전 경기에서는 5점을 내기가 어려웠는데, 오늘은 16안타로 8점을 올리는 등 활발하게 터졌다"면서 기뻐했다.
SK 방망이는 시즌 내내 고전하고 있다. SK의 팀 평균자책점은 4.43으로 2위에 올라있는 반면, 팀 타율은 2할7푼1리로 6위다. 꾸준한 활약은 이명기(3할3푼1리)와 이재원(3할1리) 정도다. 최정이 어깨 부상과 부진이 겹쳐 한 달가량을 2군에서 보내며 타선이 헐거워졌다. 외국인 타자 브라운이 2할6푼4리에 그친 것도 고전의 원인 중 하나다.
SK는 LG와 3연전을 치르면서 매 경기 다른 라인업으로 변화를 꾀했다. 선수의 상태를 고려해 최적의 타순을 찾기 위한 고민의 증거였다. 김 감독은 "타격에서 좋은 요소가 많이 보였다"면서 일단 만족스러워했다.
SK는 LG를 누르고 하루 만에 6위를 탈환했다. 5위 한화와는 반경기 차. 그러나 4위 넥센과는 5경기 차로, 아직 갈 길이 멀다. 점점 치열해지는 순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정과 박정권, 브라운 등 '해줘야 할' 선수들의 꾸준한 활약이 필요하다. 분위기를 탄 SK는 분명 위력적일 수 있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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