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근기자] 달달한 건 좋은데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에 지쳤다면 유근호의 음악을 들어보면 된다. 유근호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새 앨범 '무지개가 뜨기 전에'가 다른 노래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담백하고 심플함 그리고 로맨틱한 표현에 감춰진 적나라함이다.
싱어송라이터 유근호는 '무지개가 뜨기 전에'에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사랑을 소재로 한 앨범은 흔하다. 유근호의 앨범이 재미있는 건 흔한 중에 더 흔한 이별 이야기를 쏙 빼서다. 사람을 만나고 연인으로 발전해 가장 사랑이 충만할 때 유근호의 이야기는 끝나버린다.
사랑을 풀어내는 방식도 다른 사랑 노래완 다르다. 멜로디와 기타는 달달한데 안에 가사가 굉장히 적나라하다. 그런데 또 표현은 로맨틱하다.
"연애의 시작부터 한창 중일 때까지의 얘기를 담았어요. 이별 얘기는 빼고 한창 연애가 절정일 때까지만 쓰고 싶었어요. 밝은 것도 많고 계절감에도 맞고 여름밤이랑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열대야에서 잠 안 오는 연인들을 위한 앨범이죠."
앨범을 1번 트랙부터 듣다 보면 미묘한 톤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생기발랄하다가 점차 나른해져 간다. 이유가 있다.
남자는 1번 트랙 '무지개가 뜨기 전에'에서 비를 같이 맞으며 오늘이 지나고 나면 울지 않게 될 거라고 다 지나갈 거라고 위로해준다. 타이틀곡인 2번 트랙 '얄미운 나비인가 봐'에서는 이미 너밖에 안 보인다고 제발 자신에게 와 달라고 구애를 한다.
3번 트랙 '사막탈출'이 제일 재밌다. 진도가 잘 안 나갔는지 '입술을 적셔줘요 내가 시들지 않게끔요'라며 앙탈을 부리기 시작한다. 급기야 '나를 데려가요 어제 같이 나 혼자 텅 빈 곳에서 깨긴 싫어요 어제와 같은 곳에선 깨긴 싫어요'라고 애걸복걸까지 한다.
이 남자는 결국 성공했고 4번 트랙 '렛 미 인(Let Me In)'은 사랑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유근호는 고려대 국문학과 출신답게 '풀리지 않은 컵의 물감처럼 서로 엉켜 하얀 침대를 어지럽히다' 등 가사 한 글자 한 글자에 로맨틱함과 적나라함을 절묘하게 배합시켰다.
"대부분 '사막탈출'에 대해 일상 탈출처럼 얘기하는데 의도는 사실 애걸복걸이 맞아요. '렛 미 인'도 사랑을 암시하는 제목이고요. 야하게 쓸려고 한 건 아니고 그냥 아름답게 그리고 싶었어요. 알고 보면 야한데 별로 안 야한 느낌이죠(웃음) 제가 그런 걸 좋아해요."
5번 트랙 '둘이서'에선 격정 이후의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이 4번과 5번 트랙에서 유근호의 톤은 그래서 나른해진다.
유근호는 사실 노래를 부르는 것에는 별 뜻이 없었다. 본인도 "난 보컬이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계기는 여자친구를 따라 지원했던 '유재하 가요제'에선 직접 불러야 하니 그냥 부른 게 계기가 됐다. 기교가 빠진 유근호의 노래는 더 담백하다.
"정말 뛰어난 보컬은 타고난다고 생각해요. 전 기본적인 보컬 연습을 하고는 있는데 많이 부족하죠. 그런데 또 제 이야기를 제 목소리로 들려드리는 것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니까. 보컬이 뛰어나면 좀 더 표현을 잘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이 느낌은 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장르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접한다는 유근호가 포크로 음악을 시작한 것도 심플함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휴대폰 케이스도 지갑이랑 같이 돼있는 게 좋아요(웃음) 심플한 게 좋거든요. 음악도 그래요. 포크는 딱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그걸 받쳐주는 연주 그게 좋았어요. 크게는 그런 음악을 할 거에요. 그걸로 감동을 주는 내공이 되려면 길게 봐야겠죠. 이후엔 여러 음악을 해보고 싶어요."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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