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온도차…김태형이 본 두산 핵심 3인방
[김형태기자] 단어는 절제됐고, 용기를 북돋아주려는 의도가 뚜렷했다. 그러나 선수 개개인의 활약도에 따른 미세한 반응의 차이는 숨길 수 없었다. 확실히 온도차가 존재했다.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KBO리그 경기가 우천 취소된 1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비가 쏟아지는 필드를 바라보며 김태형 두산 감독은 팀내 핵심 선수들에 대해 언급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니퍼트와 최고참 홍성흔, 그리고 발목부상으로 1군명단서 빠진 유희관이 대화의 대상이었다.
◆"유희관, 'A급선수'로 성장"
우선 유희관. 김 감독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정말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다. 시즌 초만 해도 'B급 말고 A급 선수들과 어울려라. 그래야 너도 배우는 게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진짜 A급으로 성장했다"며 만면에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발목 통증이 발생한 유희관에겐 "로테이션 한 텀만 쉬면 된다"며 "어차피 한 번 쉴 때가 됐다. 그동안 한 번도 자기 등판순번을 빼먹지 않았다. 말은 안 했지만 참 힘들었을 것"이라며 "벌써 쉬게 해줬어야 했다. 이번이 한 번 숨을 고르고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시즌 15승을 기록한 유희관은 지난 1995년 이상훈(현 두산 코치) 이후 20년만에 토종 좌완 20승 투수를 노리고 있다. 당시 두산의 전신 OB 포수였던 김 감독은 "유희관이 올해 대단하지만 그 때 이상훈과는 비교불가다. 당시 이상훈은 등판만 하면 99% 승리가 보장된 듯했다"며 "무엇보다 구속차이가 20㎞나 나지 않나"며 껄껄 웃었다. 그는 "시즌 후 프리미어12에 유희관이 뽑힐 경우 그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 시즌 공헌도가 낮은 두 베테랑에 대해서는 다소 미묘한 뉘앙스였다.
◆"홍성흔 강등, 어쩔 수 없는 일"
지난 10일 2군으로 강등된 홍성흔에 대해 김 감독은 "수비가 안 되니 아무래도 엔트리 조정이 필요할 때 고려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타격에서도 지금 당장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나. 엔트리에서 제외한 상태로 1군 선수단과 동행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았다. 그건 은퇴하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올 시즌 홍성흔은 65경기서 타율 2할5푼2리 3홈런 28타점에 그치고 있다. 지난 1999년 프로 데뷔 후 커리어 최악의 성적이다. 시즌 후반 우승 경쟁이 한창인 두산으로선 1군에 계속 붙잡고 있기가 쉽지 않다.
김 감독은 홍성흔의 쓰임새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포스트시즌에서는 대타감으로 충분히 쓸만하다"며 여전히 기회가 남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홍성흔은 누구보다 나를 잘 안다. 성흔이가 수비가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야수 변동이 있을 때는 성흔이가 양보를 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며 팀 상황에 따른 엔트리 조정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긴 시즌을 치러나가는 데 있어 '실력 우선'은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이라는 얘기였다.
◆"니퍼트, 그 많은 돈을 받는데…"
가장 미묘한 반응은 니퍼트 얘기를 할 때 나왔다. "오래 쉬었다. 이제 부상에서 회복했으니 남은 시즌 등판 경기의 90%는 이겨줬으면 한다"고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 많은 연봉(150만달러)을 받으면서 오래 쉬지 않았나"라는 말을 덧붙일 때는 미세하게 굳어진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부동의 에이스 없이 여기까지 왔다는 안도감과 그간 니퍼트 없이 어렵게 시즌을 꾸려왔다는 '원망'이 뒤섞인 듯했다. 1승이 시급한 상황에서 두 달 이상 빠진 에이스를 바라보는 시각이 무척 복잡해 보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내 얼굴이 밝아지며 "그래도 니퍼트가 빠져 있는 동안 허준혁을 발견하지 않았나.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가 자리를 정말 잘 메워줬다"며 "몸도 좋아졌으니 이제는 니퍼트가 해줄 차례"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11일 선발 예정이었던 니퍼트는 경기 취소로 하루 뒤인 12일 광주 KIA전에 마운드를 밟는다. 김 감독이 덕아웃에서 자신에 대한 기대감을 밝힐 때 니퍼트는 비오는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며 부지런히 몸을 풀고 있었다.
조이뉴스24 광주=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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