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한효주는 21명의 배우들을 차례로 만나며 감정을 나눈다. 매일 아침 얼굴이 달라지는 남자를 사랑하게 된 여자 이수. 현실에선 도통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상황을 맞이한 여인의 얼굴은 한효주의 섬세하면서도 가느다란 표정으로 살아났다.
지난 1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뷰티 인사이드'(감독 백, 제작 용필름)의 개봉을 앞둔 배우 한효주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는 자고 일어나면 매일 모습이 바뀌는 남자 우진과 그를 한결같이 사랑하는 여자 이수(한효주 분)의 로맨스를 그린다. 칸 국제광고제에서 그랑프리 상을 수상한 소셜필름 '더 뷰티 인사이드'가 장편 영화로 재탄생한 작품이다. 21명의 배우가 우진 역을 맡아 연기하는 독특한 캐스팅으로 화제가 됐다.
남자 주인공 우진의 주요 장면들을 21명의 배우들이 함께 연기했으니, 여자 주인공 이수를 연기한 한효주는 영화의 가장 많은 출연 분량을 차지하게 됐다. 영화 '반창꼬' '감시자들' '쎄시봉' 등 그간 많은 영화로 관객들의 사랑을 얻었던 그가 '뷰티 인사이드'를 통해 원톱 출연 못지 않은 존재감을 자랑한 것도 그 때문이다.
영화의 주요 감정 신들을 계속 해 함께 끌고 갈 배우가 없다는 점, 원톱에 가까운 캐스팅이었다는 사실이 미리 부담스럽거나 외롭게 다가오진 않았을까. 한효주는 의외의 답을 나왔다. 그는 "제가 원톱이라 생각을 하지 않고 찍었다"며 "그 많은 배우들을 등에 업고 할 수 있으니 오히려 저는 너무 좋았다"고 답햇다.
"많은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이런 영화는 앞으로도 없었지만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 순간을 더 즐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혹시 '뷰티 인사이드2'가 만들어져서 남자가 주인공이고 여자가 바뀌는 설정으로 나올 때 출연하면 어떨까 싶기도 했고요.(웃음)"
영화에는 이수 역의 한효주를 비롯해 우진 역의 김대명, 도지한, 배성우, 박신혜, 이범수, 박서준, 김상호, 천우희, 우에노 주리, 이재준, 김민재, 이현우, 조달환, 이진욱, 홍다미, 서강준, 김희원, 이동욱, 고아성, 김주혁, 유연석 등이 출연한다. 이들 중 앞서 친분이 있던 배우는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신기하리만큼 단 한 명과도 친분이 없었어요. 모두 이번 영화 현장에서 뵈었죠. 그 영화를 찍을 때만큼은 이수여서 그런지, 원래 낯을 가리는데도 다 사랑스러웠어요. 우진을 연기하러 온 모든 배우들이 굉장히 연기 열정이 뛰어났어요. 몇 회 차 안 나오니까 대충 연기할 수도 있는데, 현장에서 감독님과 이야기하는 것을 구경하니 우진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고민하고 고뇌한 흔적이 보이더라고요. 감독의 우진은 침착하고 내성적이고 착 가라앉아 있다면 오시는 배우들이 연구해 온 우진은 더 복합적이었어요."
거의 매 신 다른 배우와 멜로 호흡을 맞추는 도전을 한 그지만, 오히려 우진 역 배우들의 상황이 더 까다로웠을 것이라 짐작했다. 한효주는 "한 번도 불편하다거나 '이건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 적이 없다"며 "우진 역 배우들이 그만큼 대단한 분들이었다"고 돌이켰다.
"현장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그 분위기를 보고 몸 안에 넣고 스며들게 하더라고요. 제 생각엔 그 분들이 더 연기하기 힘들 것 같았거든요. 어떤 우진인지도 모르고 혼자만의 상상으로 와서 잠깐 연기해야 하니까요. 한 명의 제외도 없이, 우진 역 배우들이 열정적으로 연기해준 것이 영화에도 고스란히 담겼어요. 과연 이걸 보는 관객들이 우진을 한 사람으로 느낄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한 사람의 우진으로 보이더라고요."
일본 인기 배우 우에노 주리와 호흡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한효주와 우에노 주리의 침대 위 대화 장면은 영화 속 그 어떤 신보다 흡인력 있는 순간으로 남을 법하다. 여자로 깨어난, 게다가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하면서 일본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독특한 설정의 우진이 이수와 도란 도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따뜻하고 또 아름답다.
"우에노 주리를 이번 영화로 처음 만났는데, 굉장히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나 보더라고요. 시나리오에 나온 우진보다도 더 다양하고 복잡한 우진을 만들어왔어요. 감독님과 상의하는 것을 보며 자기 고집이 있는 배우라 생각했죠. A4지의 여백에 흰 글자 뭘 막 써왔는데, '이게 뭐냐'고 했더니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숨기더라고요.(웃음) 우진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나온 것이 아닌데도 본인 몫을 하는 배우라 생각했어요."
우에노 주리의 연기 열정을 보며 함께 연기한 한효주도 크나큰 도움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에노 주리가 한 우진 연기 덕에 제 캐릭터를 잡는데도 도움이 됐다"며 "그 상황에서 우진은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내면이 남자 아니냐. 신기하게도 그 느낌이 들더라. 그 신 이후 한결 연기하기가 수월해졌다"고 답했다.
한효주가 말하는 '뷰티 인사이드'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그는 "영화를 보고 났을 때 '과연 나라면 어떨까'라는 질문이 남는데, 명쾌하고 통쾌한 명료함으로 끝나는 영화가 아니라 본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여운이 남는 영화"라며 관심을 당부했다.
'뷰티 인사이드'는 오는 20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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