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농구 대통령' 허재 전 전주 KCC 감독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허웅(원주 동부)과 허훈(연세대학교)이다. 둘 모두 초등학교 때 농구에 입문했다.
둘을 굳이 비교하면 동생 허훈이 좀 더 허재 감독과 플레이 스타일이 가깝다는 평가다. 슛 동작이나 센스 등이 허재 감독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허훈은 고교 시절 또래 중에서는 정상급 가드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연세대 입학 후 슈팅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주전에서 멀어졌다. 2학년이 된 뒤 기본에 집중했고 연습벌레로 돌아가면서 주전을 꿰찼다.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허훈의 실력을 볼 수 있었다. 2015 프로-아마 최강전, 연세대의 상대는 프로 정상급 서울 SK였다.
허훈는 포인트 가드로 나섰다. 1쿼터에는 다소 긴장을 한 듯 슛 동작에서 실수를 범했다. 그나마 정성호, 최준용 등이 득점을 올리면서 허훈의 실수가 가려졌다.
힘을 낸 허훈은 2쿼터까지 숨을 고른 뒤 3쿼터부터 무서운 볼 센스를 보여줬다. 질풍같은 드라이브 인은 기본, SK의 수비를 절묘하게 깨는 움직임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절정은 4쿼터였다. 69-62에서 허훈의 미들슛이 성공하며 점수차를 벌리더니 김진용에게 절묘한 패스로 도움을 기록하기도 했다. 리바운드에도 적극 가담, SK를 흔들었다.
볼을 끌며 시간을 보내다 다급한 상황에서는 백보드를 이용하는 득점으로 SK의 진을 뺐다. 백보드를 맞히는 슛은 허재 전 감독이 현역 시절 자주 이용해 득점하는 방법의 하나였다. 현역 시절 아버지보다 조금 작은 키인 182㎝라는 것이 다른 점이지만 나머지는 비슷했다.
허훈의 재치는 81-72이던 종료 3분 41초를 남기고 해낸 득점에서 돋보였다. 공격 제한 시간 24초에 거의 근접한 상황에서 시도한 슛이 림을 갈랐다. SK의 추격을 완벽하게 막아버린 골이었다. 이후 종료 2분 26초 전 정성호에게 내준 절묘한 패스로 3점슛에 도우미 역할을 했다.
허훈이 롤모델로 삼은 이는 남자 농구대표팀 가드 양동근(울산 모비스)이다. 팀플레이에 최적화된 가드라 닮고 싶은 욕심이 당연히 생기게 마련이다. 골밑에서 외곽의 동료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는 양동근의 능력은 KBL 최정상 수준이다.
허훈은 이날 마지막까지 득점을 해내며 SK를 무너뜨리는 데 앞장섰다. 이승준, 이동준, 박승리, 김민수 등 혼혈 선수를 대거 내세워 실전처럼 싸운 SK를 상대로 얻은 승리라 더욱 값졌다.
이날 허훈은 양팀 최다인 25득점을 기록했다. 도움 7개, 가로채기 5개 등 만점 활약이었다. 연세대는 96-84로 승리하며 4강에 진출, 오는 20일 울산 모비스와 결승 진출을 놓고 겨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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