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스의 역투, LG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김형태기자] 그의 승부욕은 여전했다. 이기겠다는 집념이 경기 내내 흘러 넘쳤다. 두 눈에선 불이 났고, 손에서 뿌려지는 공엔 힘이 넘쳤다. 루카스가 LG 트윈스 마운드에 한줄기 빛을 뿌렸다.

20일 잠실구장. 두산 베어스와의 잠실 라이벌전에 선발등판한 루카스는 기막힌 역투로 상대 타선을 철저히 틀어막았다. 6회초 솔로홈런 한 방이 옥에 티였지만 특별히 지적할 부분이 없을 만큼 완벽에 가까운 투구였다.

1회초 무너질 수도 있었지만 고비를 잘 넘긴 게 호투의 배경이 됐다. 선두 허경민을 우익수 뜬공 처리한 뒤 박건우와 민병헌에게 연속안타를 맞았다. 김현수를 볼넷으로 내보내 몰린 1사만루. 안타 하나면 2점을 헌납해야 하는 상황에서 루카스는 온힘을 냈다. 양의지를 삼진으로 처리해 한숨 돌린 뒤 로메로를 2루수 낮은 직선타로 잡고, 실점없이 이닝을 마친 것.

2회에는 1사 뒤 최주환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정수빈의 타구를 직접 잡아 1-6-3 병살타로 연결했다. 첫 두 이닝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준 그는 3회와 4회를 쉽게 넘겼다. 1번타자 허경민부터 6번 로메로까지 3자범퇴 2번으로 두 이닝을 끝냈다.

선두 고영민을 몸맞는 공으로 출루시킨 5회에는 최주환-정수빈-허경민을 연속 범타처리해 승승장구했다.

이 사이 LG 타선은 1회초 2사 2,3루서 두산 3루수 최주환의 송구실책으로 2점, 3회 이진영의 내야땅볼로 1점을 냈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루카스는 1사 후 민병헌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허용, 무실점 행진이 중단됐다. 하지만 양의지, 로메로의 연속안타로 몰린 2사 1,2루서 대타 국해성을 2루수 땅볼 처리한 뒤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7회부터 투입된 LG 불펜이 리드를 착실히 지켜주면서 LG는 4-2로 승리했고 루카스는 시즌 8승(8패) 째를 올렸다. 이날 루카스의 기록은 6이닝 5피안타 1실점. 투구수 106개에 탈삼진 3개 볼넷 2개를 기록했다.

루카스는 이날 경기 전까지 시즌 평균자책점 5.11로 외국인 투수가 해줘야 할 역할과는 거리가 멀었다. LG가 올 시즌 하위권으로 곤두박질친 데는 그와 헨리 소사 등 마운드의 기둥이 되어야 할 투수들의 난조가 적잖은 부분을 차지한 게 부인할 수 없는 요인이다.

다만 루카스가 최근 3경기 연속 호투 행진을 펼친 점은 눈에 띈다. 지난 8일 잠실 두산전 6이닝 2실점에 이어 13일 문학 SK전에선 7이닝 4실점 역투로 7승째를 따냈다. 그리고 7일 만의 등판인 이날 또 다시 쾌투로 두산 타선을 잠재우며 팀 승리에 톡톡히 일조했다.

루카스가 내년에도 LG 유니폼을 입을지는 장담하기 어렵지만 시즌 막판까지 자포자기하지 않고 힘을 내고 있는 점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 루카스의 역투 속에 LG는 연패를 2경기서 끊을 수 있었다. 잠실 라이벌전서 거둔 승리여서 더욱 달콤했다.

루카스는 "오늘 전체적으로 공이 좋았다. 특히 직구 제구가 잘 되어 원하는 코스로 던질 수 있었다. 직구 외에는 커터와 체인지업을 많이 섞어 던졌다. 수비수들이 좋은 수비로 많이 도와줬고, 특히 포수 유강남의 리드가 좋았다"고 말했다.

양상문 LG 감독은 "선발 루카스가 잘 던져줬고, 중요한 시점에서 대타로 나온 정성훈이 결정적인 타점을 올린 게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경기장을 찾아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