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한화 외국인타자 폭스가 포수 마스크를 썼다. 안정적인 투수 리드는 물론, 도루 저지까지 성공하면서 한화의 새로운 전력으로 떠올랐다.
폭스는 26일 대전 삼성전에서 2회말 대타로 출전해 우익수로 뛰다가 6회초부터는 포수로 나섰다.
선발 안영명이 아웃카운트를 한 개도 잡지 못하고 홈런 포함 6안타를 내주자 김성근 감독은 1회초 투수를 김기현으로 교체하고, 포수도 선발 조인성에서 정범모로 바꿨다. 한화는 3-8로 따라붙은 5회말 2사 1, 2루 정범모 타석에서 대타 정현석을 내보내 엔트리에 등록된 포수 두 명을 모두 활용했다.
그리고 김 감독은 6회초부터 폭스에게 마스크를 씌우고 안방을 맡겼다. 폭스는 투수 김민우와 호흡을 맞춰 6회초 나바로와 최형우, 박석민으로 이어지는 상대 중심타선을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7회도 삼자범퇴 행진이었다. 이날 폭스는 6회부터 연장 11회까지 포수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조율했다.
김성근 감독의 묘수가 통했다. 2003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73순위로 시카고 컵스에 지명됐을 당시, 폭스의 포지션은 포수였다. 이후 내야수, 외야수로 포지션을 변경한 뒤에도 포수에 대한 그의 애착은 여전했다. 한화는 폭스에게 전용 포수 장비를 지급했고, 폭스는 포수 훈련을 받으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폭스는 이날 타격에서도 6타수 4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8-8로 맞선 7회말 삼성 안지만으로부터 역전 좌월 솔로홈런을 뽑아냈고, 9-9로 팽팽하게 맞선 9회말에는 임창용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직접 때리는 큼지막한 2루타를 날렸다.
11회초 수비 1사 1루에서는 2루를 노리던 박한이의 도루까지 완벽한 송구로 저지했다. 한화는 공·수에서 바쁘게 움직인 폭스의 맹활약을 발판삼아 연장 11회말 김태균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동안 폭스는 환영받지 못한 선수였다. 당초 한화의 외국인타자였던 모건이 시즌 개막 후 10경기 만에 퇴출된 뒤 야심차게 영입했으나, 4경기만 치르고 허벅지 부상을 당해 재활군으로 내려갔다.
3개월간의 공백기를 거쳐 지난 16일 포항 삼성전에서 복귀한 뒤 5경기에서 11타수 2안타 타율 1할8푼2리에 그치며 어깨를 펴지 못했다.
폭스는 이날 4안타를 몰아치면서 괴력을 입증했다. 무엇보다 포수를 맡아 우려됐던 안방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던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수준급 포수로서의 실력을 확인한 김성근 감독의 폭스 활용도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한화도 공격력을 겸비한 또 한 명의 포수를 갖게 됐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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