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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반병'의 고민…조성환의 속앓이


서울 꺾으며 9년 5개월 묵은 무승 징크스 날려, "이기고 싶더라"

[이성필기자] "감독 선임 당시보다 더 많은 축하 메시지가 왔네요."

제주 유나이티드 조성환 감독은 지난 29일 FC서울과의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를 앞두고 매일 소주 반병을 마시고 잠들었다. 평소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조 감독이지만 생각이 많아져 소주를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었다.

지난 23일 광주FC전에서 1-0으로 승리하면서 5경기 무승(1무 4패)을 깨고 꿀잠에 들었지만, 서울전을 앞두고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서너 시간 취침이 전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전은 구단의 염원이 담긴 경기였다. 2006년 3월 25일 이후 9년 5개월 동안 홈 14경기 무승(7무 7패)에 시달렸다. 원정 경기까지 포함하면 2008년 8월 27일 이후 7년 동안 23경기 무승(8무 15패) 기록도 있었다.

기록 앞에서 선수들이 냉정해지기를 바랐던 조 감독은 정작 자신은 속앓이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 상위 스플릿으로 가는 승점까지 벌어야 했기에 서울전은 반드시 잡아야 했다.

서울전은 항상 꼬이기 다반사였다. 이기다가도 막판 역전골을 내주며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조 감독은 전술까지 바꿔가며 서울을 상대했다. 의도는 통했고 윤빛가람, 송진형의 골로 2-1로 승리하며 경기장을 열광의 무대로 만들었다.

서울전 승리에는 조 감독식 선수 어루만지기에 있었다. 이날 경고를 받은 왼쪽 날개 김상원이 대표적이다. K리그 2년차 김상원은 올 시즌 초반 연이은 실수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경험이 부족하니 잔 실수가 많아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마음에 큰 결심을 한 김상원은 지난 6월 27일 부산 아이파크 원정을 앞두고 조 감독에게 모바일 메신저로 문자를 보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생각하고 하겠다"라며 굳은 각오를 드러냈다.

조 감독은 격려하며 기회를 부여했고 부산전에서 골을 넣으며 3-1 승리에 일조했다. 올 시즌 부산의 지루한 원정 징크스를 깨는 날이라 감동은 남달랐다. 이후 꾸준히 기용되며 조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서울전에서도 김상원은 차두리에게 거친 태클을 하다 경고를 받았지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드리아노에게 페널티킥 실점의 빌미가 됐던 강준우도 마찬가지, 서울을 상대로 들고 나온 플랫3의 핵심은 스토퍼 강준우였다. 조 감독은 강준우에게 과감한 플레이를 주문했다.

조 감독은 "만약 서울전을 졌다면 강준우는 소위 '멘붕(정신적 혼란)'에 빠졌을 것이다. 식사도 안 하고 자책으로 다음 경기까지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다음 경기에 내보내도 제대로 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승리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라고 전했다. 강준우의 투혼을 보며 승리를 예감했다는 것이 조 감독의 설명이다.

물론 아직 부족한 부분은 많다. 조 감독은 선수들이 좀 더 승부에 집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날 윤빛가람, 송진형의 골 세리머니가 그랬다. 조 감독은 "어딘지 모르게 밋밋하더라. 모든 선수가 가서 세리머니에 동참하라고 했는데 일부는 힘든지 가지를 않더라. 세리머니에 모두 동참해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강팀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 후 제주 선수단은 다음 달 1일까지 사흘의 휴가를 받았다. 오는 5일 상하이 선화와의 친선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조 감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선수들이 상위 스플릿에 가야 하는 이유를 알았으면 한다"며 징크스를 깬 역량을 상위 스플릿 진입에 쏟아주기를 바랐다.

조이뉴스24 서귀포=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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