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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수]'미생', 시대를 초월한 명품의 가치…감동은 계속된다


2014년 뜨거운 반향 일으킨 '미생', 각종 시상식 휩쓸어

[김양수기자] 우리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닌 어떤 것을 '명품'이라고 칭한다. 드라마 중에는 종영 이후로도 오래도록 시청자들에게 회자되고, 다시 볼수록 내재된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는 작품이 있다. 우리는 그런 작품을 '명품드라마'라고 부른다.

지난해 뜨거운 신드롬의 주인공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이 올 가을 드라마잔치에서 또한번 활약을 펼치고 있다. '케이블TV방송대상'과 '백상예술대상'에서 각각 3관왕을 차지한 '미생'이 지난 10일 열린 '서울드라마어워즈'에서 최우수 작품상 트로피를 하나 더 추가했다. '미생'은 내달 열리는 '코리아드라마어워즈'의 강력한 작품상 후보 중 하나다.

20부작 드라마 한편이 던진 화두는 2014년을 뜨겁게 달궜고, 그 여운은 2015년에도 여전하다. '미생'은 문화계를 떠나 정치, 경제, 문화를 넘나드는 핫한 키워드로 떠올랐다. '미생'이 만들어낸 열풍을 재조명해본다.

한편의 케이블 드라마가 만들어낸 변화는 놀라웠다. 우선 '미생'은 케이블이 익숙지 않은 중장년 시청자들의 시청패턴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2010년 Mnet '슈퍼스타K'는 최고시청률 18.1%를 기록하며 '케이블의 기적'을 만들었다. 하지만 두자릿수 시청률의 기적은 젊은세대에 국한됐던 것이 사실. 4년 후 '미생'은 기존 1020세대에 3050세대까지 흡수하며 시청층 확산에 성공했다. 케이블TV의 대중화에 톡톡히 기여한 셈이다.

'미생'은 시청자들의 시청패턴마저 바꿨다. 1990년대 '퇴근시계'로 불렸던 '모래시계' 신드롬은 재현되지 않았다. 대신 각종 스마트기기를 활용해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드라마를 시청하는 '미생폐인'을 양산했다.

'미생'은 또한 원작 웹툰을 성공적으로 극화한 좋은 예로 남았다.

보통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삼을 경우, 만화와 드라마 속 캐릭터 싱크로율에 집중하게 마련. 하지만 '미생'은 외모적 유사성에 대한 기대감을 버렸다. 대신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배우들로 빼곡히 채워넣었다.

오상식 과장 역을 소화한 배우 이성민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성민의 캐스팅 소식 이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그는 연기력으로 논란을 단숨에 잠재웠다.

이성민 외에도 제작진은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유명 배우보다는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재야의 고수'들을 불러모았다. 배우 변요한, 김대명, 오민석, 전석호, 태인호, 김희원, 류태호, 박해준, 김종수, 손종학, 정희태 등은 '미생'이 발굴해낸 연기 고수이자 드라마 최고의 수혜자다. 결국 '미생'은 알짜배기 연기고수들에 의해 완성됐고, 배우들은 드라마를 통해 얼굴을 알렸다.

마지막으로 '미생'은 그 흔한 러브라인 없이도 드라마를 성공으로 이끌어 냈다. 콘텐츠의 힘은 그만큼 강력했다.

'야후' '내부자들' '이끼' '미생', 그리고 '인천상륙작전' 등 윤태호 작가의 웹툰은 스토리텔링의 힘이 강하다. 사회성 짙은 소재에 긴 호흡을 막힘없이 끌고나가는 추진력 역시 남다르다. 더불어 흥행성적도 좋다. 드라마와 영화계의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는 비결이다.

'미생' 역시 극화가 결정된 순간부터 지상파 방송사들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결국 케이블로 안착했다. '미생'이 지상파 편성을 받는 데 실패한 주요 이유가 러브라인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바다.

보통의 한국드라마에서 러브라인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의학드라마'는 '병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 '법정드라마'는 '법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라는 비아냥을 듣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방송사들은 검증된 흥행요소와 대중성 확보라는 이유로 러브라인을 고집한다. 방송사가 굴러온 복을 스스로 차버린 셈이다.

결과는 대 반전이었다. '미생'은 대박 시청률을 넘어 신드롬을 일으켰다. 작품성과 화제성, 두마리 토끼를 잡아냈다. 더불어 한국 드라마 중, 러브라인 없이도 성공한 몇 안되는 사례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 드라마 현실에서 '미생' 같은 작품이 또 나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새로움에 도전하려는 시도가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바란다. 또한 시즌2로 다시 돌아올 '미생'을 기다린다.

조이뉴스24 김양수기자 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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