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과연 살아난 것일까.
오른손 셋업맨 부재로 고민하는 두산 베어스에 한 가닥 희망의 빛줄기가 나타났다. 주인공은 '애증의 대상' 윤명준(26)이다.
9월 한 달간 윤명준의 투구는 유독 눈에 띈다. 지난달 18일 잠실 두산전을 마치고 2군으로 강등된 그는 지난 8일 목동 넥센전에 맞춰 재승격했다. 이천의 '땡볕'이 도움이 됐는지 이후 등판한 4경기에서 몰라보게 좋아졌다. 승격 첫 날 넥센전서 2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더니 이후 등판한 3경기에서 합계 7.2이닝 3피안타 4탈삼진 3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등판회수가 적지만 9월 월간 평균자책점은 무려 0.93이다. 9.2이닝 동안 안타 4개를 맞고 1실점한 결과다. 탈삼진 5개 볼넷 3개를 각각 기록했다.
윤명준의 달라진 모습 뒤에는 한결 살아난 자신감이 한 몫했다. 원래 마운드에선 누구보다 당당한 모습인 그는 시즌 초 꿈꿨던 마무리 보직에서 난타를 당한 뒤로 겁을 먹기 시작했다. 등판만 하면 얻어맞으니 한때는 공을 던지기 겁이 날 정도였다. 셋업맨-마무리-셋업맨-롱릴리프-2군으로 팀 내 입지가 계속 밀린 한 원인이었다.
당당했던 목소리가 개미소리만큼 사그러들었다. 윤명준은 "어려운 시기였다. 팀 내에서 고개를 들기 어려울 정도였다"며 힘겨웠던 한 때를 회상했다.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음을 자각하자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2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경기에 나서며 잃어버린 자신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9월 또 한 번 잡은 기회를 이번에는 단단히 붙잡고 있다. 다시 1군 무다에 올라선 그는 등판을 거듭할수록 나아지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15일 잠실 롯데전에선 롱릴리프로 나서 4.1이닝 동안 안타 없이 삼진 4개 볼넷 2개로 무실점처리해 기세를 올렸다. 비록 팀은 2-8로 완패했지만 0.2이닝만에 강판된 선발 허준혁을 구원한 윤명준의 투구는 백미였다.
4일 뒤인 19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윤명준은 상승 페이스를 이어갔다. 이번에도 4이닝 6실점(5자책)에 그친 선발 장원준에 이어 2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그는 3이닝 동안 11명의 타자를 맞아 2피안타 2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하며 착실하게 불펜의 징검다리를 놨다. 두산이 6-7로 패하면서 이번에도 윤명준의 호투는 빛이 살지 않았지만 기록에는 명확히 남아 있다.
이 같은 모습을 바탕으로 그는 지난 한 주간 7.1이닝 2피안타 4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 주간 최고 투수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17일 잠실 롯데전 7.2이닝 4피안타 무실점 역투한 이현호와 함께 두산 투수진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두산은 진야곱-함덕주-이현승으로 구성된 좌투라인이 불펜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경기 후반 접전 상황에서 마음 놓고 내보낼 오른손 투수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시즌 내내 해결하지 못한 구단의 고민거리다. 윤명준이 팀이 가장 가려워하는 부분을 긁어줄 수 있을까. 잔여시즌 마지막 12경기를 지켜보면 어느 정도 궁금증이 풀릴 전망이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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