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둘 다 좋은 성적을 내고 우리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
박병호(29)와 정의윤(29). 4년 전까지만 해도 한솥밥을 먹었던 두 선수가 이제는 각자 다른 유니폼을 입고 포스트시즌에서 만난다.
넥센 히어로즈의 박병호와 SK 와이번스의 정의윤이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펼쳐지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번타자 맞대결을 펼친다. SK가 천신만고 끝에 5위 자리를 차지하면서 시즌 막판 4위로 밀린 넥센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게 됐다.
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 이날의 핵심 키워드는 역시 박병호와 정의윤의 양 팀 4번타자 대결이었다.
두 선수는 지난 2005년 LG 트윈스에 입단한 동기생. 당시 박병호가 1차지명을 받았고, 정의윤은 2차지명 1라운드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박병호가 2011년 시즌 중 넥센으로 트레이드됐고, 4년 후인 올 시즌 정의윤이 마찬가지로 트레이드를 통해 SK에 새둥지를 틀었다.
먼저 이날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박병호에게 정의윤과 관련한 질문이 주어졌다. 박병호는 "(정)의윤이와는 예전부터 친하게 지내고 야구도 열심히 같이 했었다"며 "지금은 SK의 4번타자 역할을 잘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고 친구의 선전을 축하했다.
친구와의 훈훈한 우정을 과시한 박병호는 이어 "4번타자 대결을 하지만, 둘 다 좋은 성적을 내고 둘 다 잘해서 우리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고 친구의 선전과 팀 승리를 기원하는 절충안(?)과 함께 본심을 드러냈다.
SK에서도 정의윤에 대한 기대가 크다. 김용희 감독은 정의윤의 기대치에 대한 질문에 "정의윤이 들어오고 타선의 균형이 좋아졌다"며 "가장 좋았던 점이 장타력과 타점 능력이었는데, 그런 부분을 강하게 어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9월 MVP를 수상하며 뜨거운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정의윤이지만, 상대팀에 전해지는 위압감은 박병호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못하지 않다. 이같은 분위기는 이날 미디어데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박병호의 소속팀 넥센은 박병호에게 큰 기대감을, 상대팀 SK는 경계심을 보였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칠, 소위 '미쳤으면 하는 선수'로 주장 이택근과 함께 박병호를 꼽았다. 이택근 역시 "(박)병호가 홈런을 치면 분위기가 넘어오는 경기가 많았기 때문에 홈런을 많이 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적장 김용희 감독도 "내보내야 할 때가 있고 정면승부를 해야 할 때가 있다"며 "박병호는 정말 피하고 싶은 선수다. 우리 투수들이 어떻게든 타이밍을 무너뜨려 좋은 승부를 펼치길 바란다. 박병호와의 대결이 관건이라 생각한다"고 부담감을 전했다.
그렇다면 박병호 본인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는 "내가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해야 할 것 같다"며 "그 전에도 스스로 흔들려서 무너진 경험을 많이 해봤다. 최대한 (상대 견제에) 신경을 안 쓰고 집중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조이뉴스24 목동=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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