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공격 축구를 하겠다고 선언한 신태용 22세 이하(U-22) 축구대표팀 감독의 구상에 유럽파들이 날개를 달아줬다.
신태용 감독은 2016 리우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준비하는 U-22 대표팀 사령탑 부임 후 골 결정력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여러 선수를 대표팀으로 불렀지만, 골은 2선 공격진이 뽑아내는 경우가 많았다. 최전방 공격수가 연계 플레이로 도우미 역할이라도 해줬어야 했는데 신 감독이 보기에는 미흡했다.
고민하던 신 감독은 호주와의 국내 평가전 2연전을 앞두고 유럽파 공격진을 대거 불렀다. 종종 뽑아서 활용했던 류승우(22, 레버쿠젠)를 비롯해 지언학(21, 알코르콘), 최경록(20, 상파울리), 박인혁(20, FSV프랑크푸르트), 황희찬(19, FC리퍼링) 등이다.
이들 유럽파의 경기력을 확인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신 감독은 9일 호주와의 1차전에 5명 모두 선발로 내세워 기량을 점검했다.
최적화된 플레이를 위해 신 감독은 다이아몬드형 미드필드를 구성했다. 황희찬과 박인혁이 투톱으로 나서고 바로 아래 지언학이 보조했다. 좌우 미드필더 류승우, 최경록은 전문 윙어가 아니라 중앙으로 좁혀서 지언학과 수 없이 자리를 바꿨다.
이들이 보여준 경기력은 신선했다. 강한 압박을 초반부터 시도한 호주를 상대로 힘으로 맞대응하지 않고 유연한 패스로 강약을 조절하는 지능적인 축구를 보여줬다.
각자의 스타일도 확실했다. 황희찬이 강력한 돌파와 연계플레이로 인상을 남겼다면 지언학은 공간을 미리 찾아 움직이는 부지런함이 돋보였다. 박인혁도 골은 없었지만 볼 간수 능력이 뛰어났다.
이전에 테스트를 했었던 류승우, 최경록도 여유가 넘쳤다. 류승우는 레버쿠젠에서 거의 경기를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좋은 동료들을 만나면서 잠재 능력을 뽐냈다. 최경록은 방향을 전환하는 좋은 패스를 구사했다. 이들의 공격 전개에 신 감독은 4-1-3-2, 사실상 5명의 공격수를 놓고 호주를 압박하며 2-0 승리를 제조했다.
호주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중국 초청대회에서는 0-1로 패했다. A대표팀 멤버도 4명이나 포함돼 있다. 신체적 능력은 기본으로 갖췄고 슈팅 능력도 나쁘지 않았다. 수비형 미드필더 이찬동(광주FC)이 허드렛일을 제대로 해줬기에 앞선 공격진들도 편하게 재능을 보여줄 수 있었다.
신 감독은 유럽파들의 경기력을 확인한 뒤 "왜 이들이 유럽에 나가 있는지 알겠다. 볼을 전개하는 센스도 있었다. 조금 더 다듬으면 좋은 선수들로 성장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즐거움을 감추지 않았다.
무엇보다 공격수들의 볼 간수 능력이 좋아진 것이 고무적이다. 신 감독은 "오늘 같은 경기력을 공격진이 보여준다면 올림픽팀 공격수가 약하다는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움직임이나 볼 터치, 간수 능력이 정말 좋아졌다"라며 새 얼굴들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새롭게 등장한 능력자들로 인해 신태용호의 기존 공격진은 더욱 긴장하게 됐다. 김현(제주 유나이티드)은 물론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한 문창진(포항 스틸러스), 장현수(수원 삼성) 등은 치열한 생존 경쟁에 내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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