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올해 포스트시즌 들어 가장 많이 말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절실함'이다.
염 감독은 지난 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치른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 말을 반복했다. 9일 잠실구장에 마련된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넥센은 올 시즌 '가을야구'를 힘겹게 시작했다. 정규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 경젱이 벌어졌고 넥센은 예상치 못하게 순위가 내려갔다. 준플레이오프 직행을 노렸지만 4위가 돼 5위 SK를 상대로 KBO리그 포스트시즌 사상 처음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러야 했다.
넥센은 1승을 먼저 안는 혜택이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연장 11회말 SK의 실책으로 5-4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준플레이오프 상대는 2년 전 만났던 두산 베어스다. 당시 염 감독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긴 팀이다. 넥센은 안방인 목동구장에서 열린 1, 2차전을 가져가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남은 3경기에서 1승만 더하며 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두산에게 내리 3경기를 모두 내줬다. 두산은 당시 여세를 몰아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갔고 준우승에 그쳤지만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3승 1패까지 앞서는 등 선전했다.
염 감독은 "2013년 준플레이오프 5차전의 경우 우리가 결코 져서는 안되는 경기를 내줬다"며 "패배 원인은 선수들의 생각과 자세에 있었다"고 했다. 넥센은 당시 끌려가고 있던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박병호가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동점 3점 홈런을 쳤다.
염 감독은 "분위기는 그 때 우리쪽으로 넘어왔다. 하지만 이를 결국 살리지 못했다. 질 수 없는 경기를 상대에게 내준 것"이라고 돌아봤다. 두산은 연장 승부에서 넥센을 울렸다. 팀 지휘봉을 잡은 첫 해 넥센을 '가을야구'로 이끌었던 염 감독도 씁쓸하게 시즌을 마감했다.
염 감독은 "선수들도 당시 기억을 분명히 갖고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우리가 결국 삼성에게 밀린 부분도 승리를 거둬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이 모자랐다"며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선수들이 보여줬던 그런 자세가 준플레이오프 뿐 아니라 포스트시즌에서 계속 유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목동구장 홈팀 덕아웃 입구에는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다. 염 감독이 팀을 맡으면서 직접 부착한 것이다. 그는 "선수들이 이런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되새긴다면 2년 전처럼 그렇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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