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넥센 히어로즈 '불펜의 핵' 손승락(33)의 등판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그만큼 넥센의 마운드 사정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손승락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손승락의 투구 성적은 2.2이닝 무실점.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 승계주자의 득점을 막아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고, 넥센도 2-3으로 두산에 패하며 2연패를 당했다. 앞으로 한 경기만 더 지면 탈락하는 벼랑 끝에 몰린 넥센이다.
손승락은 이번 포스트시즌 무대에 개근(?) 중이다. 지난 7일 SK 와이번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등판을 시작으로 10일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그리고 이날 경기까지 3경기를 빠지지 않고 나왔다.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손승락의 등판 시점. 7일 SK전에서는 선발 밴헤켄에 이어 7회초 마운드에 올랐고, 10일 두산전에서도 선발 양훈에 이은 두 번째 투수로 6회말 등판했다. 그리고 이날은 피어밴드, 하영민에 이어 5회말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점점 손승락의 등판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7회, 6회, 5회 순서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손승락은 정규시즌에서의 보직인 마무리가 아닌 중간계투로 나서고 있는데, 3경기에서 모두 불펜 필승조 중 가장 먼저 가동됐다.
손승락이 빨리 나올수록 이후 넥센 불펜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한현희까지 좌타자를 상대하는 부담 때문에 염경엽 감독의 믿음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 결국 손승락이 조기에 등판하면 조상우 등 다른 투수들이 책임져야 할 이닝이 많아진다.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손승락은 0-3으로 뒤지던 7회초 2사 만루에서 등판해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8회초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맞자 곧바로 조상우와 교체됐다. 연장까기 간 이 경기에서 조상우는 무려 3이닝 동안 49개의 공을 던지며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넥센이 5-4로 끝내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손승락이 2-1로 앞선 6회말 1사 2루에서 등판해 1.1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33개. 이번에도 손승락이 7회말 마운드를 내려가자 조상우가 8회말부터 마운드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조상우는 9회말 3-2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동점을 허용, 연장 끝내기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날 2차전은 손승락의 등판 시기가 더욱 앞당겨졌다. 2-2로 맞선 5회말 하영민이 1사 만루 위기에 몰리자 넥센 벤치는 손승락을 호출했다. 손승락은 오재원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내주고 점수를 빼앗겼고, 이는 그대로 두산의 승리로 연결되는 결승점이 되고 말았다.
손승락은 제 몫을 다했다. 5회말 위기 상황에서 희생플라이로 인한 실점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고(짧은 중견수 플라이였고, 홈송구를 포수 박동원이 주자 김현수와 충돌하며 볼을 떨어트려 실점했다), 6회말과 7회말은 삼자범퇴로 완벽하게 막았다. 손승락이 2.2이닝을 소화해주며 사실상 마무리 역할을 맡고 있는 조상우도 이날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손승락의 호출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이는 선발이 일찍 무너지고 있다는 것, 믿을 만한 불펜 투수가 부족하다는 것 등을 의미한다. 결국 벼랑 끝에 몰린 넥센은 3차전에 등판할 에이스 밴헤켄에게 모든 희망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조이뉴스24 잠실=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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