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던 기회에서 기어이 골맛을 보며 자신의 능력을 증명한 황의조(성남FC)의 90분이었다.
황의조는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자메이카와의 친선경기에 원톱으로 선발 출전했다. K리그 골잡이를 대표하는 황의조를 두고 슈틸리케 감독은 자메이카전 선발 출전으로 기회를 부여했다.
사실 황의조에게는 쉽지 않은 상황이 만들어져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극하기 위한 말이라고 했지만, 부상으로 이탈해 있는 이정협(상주 상무)이 100% 회복하면 다시 대표팀에 불러들이겠다고 했다. 같은 최전방 공격수인 황의조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되는 말이었다.
이정협은 챌린지(2부리그) 소속으로 슈틸리케가 한국대표팀 사령탑 부임 후 만든 작품이었다. 반면 황의조는 각급 대표팀을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경기 스타일도 다르다. 공간과 슈팅력으로 승부를 보는 황의조와 달리 이정협은 수비까지 가담하며 헌신하는 스타일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원하는 공격수에 부합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황의조는 이날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전반 14분 오른발 슈팅을 시작으로 37분에는 크로스바에 맞는 슈팅을 날리는 등 날카로운 공격력을 이어갔다.
38분에는 황의조의 절절한 의지가 느껴지는 장면이 나왔다. 밖으로 나가는 볼을 죽어라 뛰어가 태클로 살려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슈틸리케 감독에게 무엇이라도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부지런히 뛰어다니던 황의조는 결국 후반 18분 결실을 봤다. 그 특유의 유연함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지동원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시도한 슈팅이 골키퍼에게 맞고 흘러나왔다. 수비수를 앞에 둔 황의조는 한 번의 속임 동작을 취한 뒤 왼발로 골망을 갈랐다. 여유가 넘치는 A매치 데뷔골 장면이었다.
황의조가 골맛을 보면서 슈틸리케호 원톱 경쟁은 다시 한 번 뜨거워지게 됐다. 물론 앞서 수차례 실패가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킬러 본능을 뽐내야 하는 순간에는 확실하게 보여줬다. 11월 월드컵 예선 대표팀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황의조의 활약이었다.
조이뉴스24 상암=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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