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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일정 너무 늘어져', K리그 감독들 탄력적 배분 요구


전반기 한 달 5~8경기 소화하다 스플릿에서는 40여일 동안 5경기만 치러

[이성필기자] "축구하기에 참 좋은 계절인데 말이죠."

K리그 스플릿 라운드가 본격 시작됐다. 6주간 팀 당 5경기를 치른다. 중간 A매치와 FA컵 결승전 휴식기가 있어 상당히 여유로운 일정이다. 우승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경쟁, 클래식 잔류 싸움을 벌이고 있는 팀들 입장에서는 치열한 전투를 벌인 뒤 숨을 고르며 다음 일전에 대비하기에 좋은 기간이다.

그런데 K리그 감독들 사이에서 시즌 막바지 일정이 너무 늘어진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일정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포항 스틸러스전에서 만난 최강희 전북, 황선홍 포항 감독과 18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만난 성남FC 김학범 감독은 모두 리그 일정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강희 감독은 "시즌 초반에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서 일주일에 2경기씩 한 달에 8~9경기를 치르다가 요즘은 두 달 가까운 기간 동안 5경기만 치르려니 어색한 부분이 있다.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가 정말 쉽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황선홍 감독도 동의했다. 그는 "리그 막판 일정이 너무 늘어진다.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축구하기 참 좋은 계절인데 조금 힘들어도 이 시기에는 경기 수가 많아야 한다. 선수들도 좋은 날씨에서는 더 뛰고 싶어하는 것이 사실이고 체력도 있다"라고 말했다.

포항은 전북과 달리 올해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지 않았다. 후반기 여유로운 일정은 상대적으로 준비 시간이 많아 이득을 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황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이 시기가 각 팀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에 좋은 시점이다. 좀 더 경기 수가 많아야 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5일 K리그 스플릿 그룹A(1~6위) 미디어데이 종료 후 6팀 감독은 오찬을 하면서 허정무 연맹 부총재에게 리그 일정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전반기보다는 후반기에 좀 더 일정이 많아야 탄력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K리그 클래식은 지난해부터 33라운드+스플릿 5라운드로 팀당 총 38경기를 치르고 있다. 적지 않은 경기수지만 주로 3~4월과 7~8월에 경기가 몰려 있다. 3~4월은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나 FA컵 32강 등이 한참 진행 중이고 7~8월에는 무더위라는 악조건과 싸워야 한다. 챔피언스리그에 나가지 않는 팀이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챔피언스리그에 나선 4팀은 모두 2위로 16강에 진출했지만 8강에는 전북 현대 한 팀만 올라갔다. 조1위를 해야 원정 경기를 먼저 치르고 홈에서 유리하게 2차전을 치른다. 조별리그를 치를 때 중국, 일본은 챔피언스리그를 앞두고 자국 리그 경기를 금요일로 앞당겨 치르거나 과감하게 연기하며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애를 썼다.

반면 K리그는 챔피언스리그를 앞두고 빅매치를 치르는 등 뻑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전북의 경우 감바 오사카(일본)와의 8강 2차전을 앞두고 FC서울전을 치렀다. 서울에는 이겼지만 핵심 중앙 미드필더 정훈의 부상을 메우지 못했고 종료 직전 감바에 패하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로써 K리그는 2012년 울산 현대 우승 이후 아시아 정상에서 3년째 멀어졌다. 경쟁력 저하 우려가 쏟아지는 것은 당연했다.

김학범 감독은 "꼭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팀을 고려하지 않아도 일정 자체만 놓고 보면 좀 그렇다. 적어도 2주일에 홈 경기 한두 번 정도는 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팬들도 잊는다. 40여 일 동안 홈 경기 세 번은 아니지 않은가"라며 구단들의 영업 일수 확보 차원에서도 전략적인 일정 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의 클래식 일정은 시즌 말미 챌린지와의 플레이오프를 위해 맞춘 형태다. 세계 어느 리그를 봐도 하부 리그에 맞춰 운영하는 경우는 없다. 챌린지 일정을 빡빡하게 만들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프로축구연맹도 탄력적인 리그 운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다. 다양한 보완을 통해 리그 일정을 합리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데이, 올림픽 등 다양한 외적인 조건과 날씨 변화 등을 고려해 최대한 유연하게 일정을 짜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리그 초반 빡빡한 일정에 대해서는 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올해의 경우 챔피언스리그에서 일찍 탈락해 리그가 공백이 생긴 것처럼 보인다. 만약 챔피언스리그 4강, 결승이나 FA컵 결승에 진출한 팀이 후반부 일정의 빡빡함을 감수하는 것에 동의한다면 좀 더 효율적인 일정 배분을 생각해보겠다"라고 전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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