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객관적으로 평가하자. 이번 한국시리즈의 '언더독'은 삼성 라이온즈다. 정규시즌 우승팀, 한국시리즈 직행의 프리미엄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투수진의 '3대 축'을 잃고도 한국시리즈 우승이 가능하다고 스스로 자신한다면 오만이다.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은 삼성 마운드의 60∼70% 정도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특급 셋업맨 안지만의 공백은 무엇으로도 메우기 힘들 만큼 절대적이다. 삼성의 강점이었던 '철벽 필승라인'과 확실한 오른손 선발이 한꺼번에 빠졌다. 차포떼고 두는 장기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7차전까지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력의 누수를 인정하는 발언이다. 올해 삼성(88승56패)은 두산 베어스(79승65패)보다 9승을 더 거뒀다. 삼성의 위안이라면 막강한 공격력이 그대로라는 것. 여기에 윤성환이 빠지더라도 나머지 4명의 선발로테이션이 탄탄하다는 것이다. 전천후로 나설 것으로 보이는 왼손 차우찬이 중간에서 어떻게 해주느냐에 따라서는 불리한 조건을 유리한 국면으로 되돌릴 수도 있다. 무엇보다 체력적인 이점이 확실하다. 상대 두산은 준플레이오프부터 격전을 치르고 올라왔다. 최대한 시리즈를 장기전으로 몰고 가야 한다.
결국 1차전이 관건이다. 1차전을 잡는다면 삼성은 의도한 대로 시리즈를 주도할 수 있다. 핵심 3인방의 이탈로 불안해 하는 선수단이 급속도로 자신감을 찾게 된다. "이거 되네"라며 삼성 특유의 '쫄지 않는' 시리즈 운영이 가능해진다.
반대의 경우라면 절망적이다. 안방에서 첫 경기를 내준다면 급속도로 무너질 우려도 있다. 삼성이 의도하는 장기전이 아닌 맥빠진 시리즈로 끝날 수 있다. 더구나 상대인 두산 베어스는 더스틴 니퍼트라는 확실한 에이스가 있다. 니퍼트가 시리즈 2경기에 등판 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그가 나설 것이 유력한 2차전 또는 3차전에 앞서 1승 또는 2승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어야 한다.
두산 또한 마찬가지. 1차전을 잡는다면 의도대로 시리즈를 주도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선 초단기전으로 시리즈를 마칠 수도 있다.니퍼트가 건재하고 장원준 또한 명성을 재확인하고 있다. 마무리 이현승은 임창용이 빠진 삼성의 뒷문과 비교해 확실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5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낼 것이라고 자신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반대로 첫 경기를 내준다면 계산이 복잡해진다. 삼성에 모멘텀을 빼앗길 경우 의도와 달리 질질 끌려다닐 공산이 크다. 이 경우 두산이 의도하는 홈구장 잠실에서의 우승축배는 물론 지난 2001년 이후 14년만의 정상 등극도 낙관하기 어렵게 된다.
결국 1차전 선발투수인 피가로(삼성)와 유희관(두산)의 선발 대결이 무척 중요해졌다. 피가로는 올 시즌 두산전 2경기서 1승1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12경기에 나선 대구 홈에선 7승2패 평균자책점 2.88로 무척 좋았다. 다만 포스트시즌을 거치며 감을 확실히 찾은 두산 타선을 어떻게 봉쇄할지가 관건이다.
유희관은 시즌 삼성전 등판기록이 없다. 자연스럽게 대구 마운드에 오른 적도 올해는 없다. 시즌 18승 투수이지만 최근 모습은 불안하다. 유희관으로선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서 지적된 몸쪽 제구를 얼마나 정교하게 구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와일드띵' 피가로와 '마일드띵' 유희관의 맞대결. 경기 후 웃는 쪽은 과연 어디일까.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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