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차우찬vs함덕주, 패권 가를 '중대 변수'

[정명의기자] 예상 밖 불펜의 힘이 1차전 승패를 갈랐다. 이는 향후 시리즈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지난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두산 베어스에 9-8 역전승을 거뒀다.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준 불펜이 승리에 디딤돌을 놓고 역전 리드를 지켜냈다. 반면 두산은 그동안 감춰져 있던 불펜의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삼성 차우찬과 두산 함덕주가 승패를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삼성은 '믿는 구석'이 확실해졌고, 두산은 '머리아픈 고민'이 시작됐다.

1차전 투구 성적만 살펴봐도 두 선수의 차이를 금방 알 수 있다. 차우찬은 1.2이닝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따냈고, 함덕주는 0.1이닝 1피안타(홈런) 2사사구 3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데일리 MVP도 차우찬의 차지였다.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차우찬과 함덕주의 차이는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차우찬은 삼성이 9-8로 앞선 8회초 1사 1,3루 실점 위기에서 등판해 상대 4번타자 김현수를 헛스윙 3구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양의지를 3루수 직선타고 잡아내 이닝을 마쳤다. 9회초에도 2사 후 볼넷 하나를 내줬을 뿐,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는 괴력을 뽐냈다.

함덕주는 두산이 8-4의 리드를 안고 있던 7회말 무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대타 배영섭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낸 뒤 나바로에게 중월 스리런포를 얻어맞고 8-7까지 쫓겼다. 최형우를 3루수 뜬공으로 잡아낸 뒤에는 박석민에게 다시 볼넷을 내주며 역전의 빌미까지 제공했다.

경기 후 양 팀 감독도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역시 차우찬이 잘 막아줬다"고 말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함덕주가 자신없는 모습을 보인다. 앞으로 (활용법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고민을 내비쳤다.

차우찬과 함덕주 모두 한국시리즈가 열리기 전부터 양 팀 불펜의 키플레이어로 지목됐던 선수다. 차우찬은 안지만, 임창용이 불미스러운 일로 한꺼번에 전열을 이탈한 가운데 불펜의 믿을맨으로 지목됐다. 함덕주 역시 외국인 선수 스와잭의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됐다.

1차전만 놓고 보면 차우찬은 기대에 완벽 부응했고, 함덕주는 실망감만 안겼다. 차우찬의 위력은 앞으로도 두산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함덕주의 부진은 두산 불펜의 열세를 예고하고 있다.

개막에 앞서 열렸던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류중일 감독은 "차우찬의 활용도를 높일 것"이라며 "전천후로 기용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형 감독은 "함덕주를 믿고, 기대한다"고 전했다.

차우찬은 앞으로도 삼성의 뒷문을 책임질 것이 확실시 된다. 함덕주는 김태형 감독의 말대로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두 투수의 차이가 이번 한국시리즈의 패권을 가를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