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리더 이승우, 미끼에서 골잡이로 돌아올 때

[이성필기자] "토너먼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17세 이하(U-17) 한국 축구대표팀 최진철 감독은 2015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을 앞두고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원하는 8강은 물론 4강 진출까지 바람을 타고 올라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바람'을 타려면 무엇을 잘해야 할까, 한 K리그 클래식 감독은 우스갯소리로 "골을 잘 넣고 수비를 완벽하게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즉 기본에 충실하면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브라질과 기니를 각각 1-0으로 꺾고 잉글랜드와 0-0으로 비기며 무실점 수비를 자랑했다. 골이 많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부분에 충실했다.

16강 이후의 토너먼트는 결국 킬러의 존재감에 시선이 집중된다. 한국대표팀의 정점에는 이승우(FC바르셀로나B)와 그의 공격 파트너 유주안(매탄고)이 있다. 이들은 29일 오전(한국시간) 벨기에와의 16강전을 기다리고 있다.

이승우는 그동안 한국 공격진에서 상대를 유혹하는 '미끼'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브라질, 기니 수비들은 이승우를 따라 다니다가 체력을 소진했다. 이승우가 교체된 뒤에는 슬며시 긴장을 놓다가 장재원, 오세훈(이상 울산 현대고)을 놓치며 실점했다. 이승우는 직접 골을 못 넣어도 위력적이라는 것을 움직임으로 증명했다.

벨기에를 상대해본 경험도 있다. 지난 5월 수원에서 열린 18세 아하(U-18) JS컵에서 이승우는 U-18 대표팀에 특별 자격으로 뽑혔고, 벨기에전에 선발로 나서 68분을 소화했다. 장기인 빠른 스피드로 피지컬 능력이 좋은 벨기에를 혼란에 빠트렸다. 이승우가 가진 능력만 문제없이 보여준다면 벨기에 수비수들을 빨리 지치게 할 수 있다.

골까지 터뜨리면 금상첨화다. 움직임만으로도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이승우라는 점에서 마무리 역할도 중요하다. 세트피스 키커 등을 도맡아 처리하기 때문에 프리킥에서의 한 방도 기대할 수 있다. 잉글랜드전을 쉬면서 오래 뛸 체력도 보충했다.

유주안은 결정력을 갖춘 공격수다. K리그 주니어에서 올해 5골을 넣었고, 각종 대회에서도 꾸준히 골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이승우와는 다른 유형으로 지구력이 뛰어나다. 벨기에의 피지컬만 이겨낸다면 이승우가 만든 공간으로 침투해 골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유주안이 잘 버텨주면 후반 조커로 등장하는 이상헌(울산 현대고)의 현란한 발재간이 기다린다. 벨기에는 신체적 조건이 좋지만, 조별리그에서 상대 역습에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했다. 공간을 파고드는 능력이 좋은 이상헌의 투입 전까지 이승우와 유주안이 해결사 역할을 해낸다면 부담감은 더 줄어든다. 승승장구해온 한국이 어떤 방식으로 벨기에전을 치를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