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선발투수가 최대한 길게 던져줘야 한다."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
"알프레도 피가로와 장원삼 형이 잘 던졌으면 좋겠다." (박석민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류중일 삼성 감독과 박석민은 지난 25일 대구에서 열린 '2015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같은 목소리를 냈다. 선발투수들의 호투를 간절히 바란 것이다.
이유는 분명했다. 삼성은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치르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불미스런 일로 주축 투수 3명이 빠졌다. 이때문에 어느 때보다 선발투수의 활약이 중요해졌다.
그런데 삼성은 1, 2차전에서 선발투수들이 제몫을 못했다. 두산과 1승씩 나눠가졌지만 선발투수 활약만 따로 놓고 본다면 삼성은 두산에게 많이 밀렸다. 두산은 삼성에게 역전패를 당한 1차전에서 유희관이 6이닝을 책임졌다. 2차전에서는 더스틴 니퍼트가 삼성 타선을 7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막아내 승리를 이끌며 반격의 발판을 만들 수 있었다.
반면 삼성은 1차전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던 피가로가 10피안타(1피홈런) 6실점하면서 3.1이닝 만에 강판됐다. 2차전 선발 장원삼은 6회까지 버텼지만 5회초 2사 이후 5연속 안타를 맞고 4실점했다. 피가로와 장원삼은 선발투수로 기대에 못미친 것이다.
삼성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3차전에 타일러 클로이드를 선발로 내세운다. 3차전부터 5차전은 이동일 없이 3연전으로 열린다. 정규시즌에서 3연전 첫 경기 결과가 중요한 것 이상으로 이번 3연전 첫 경기인 3차전은 한국시리즈의 판도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일전이다.
클로이드가 만약 1차전 때 피가로처럼 일찍 마운드를 내려가는 상황을 맞는다면 삼성은 남은 한국시리즈에서 투수진 운영에 힘이 들 수밖에 없다. 클로이드는 오래 버티며 적은 실점을 해야 한다는 중책을 안고 마운드에 오른다.
지난 2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1차전을 앞두고 클로이드를 만나봤다. 그는 "투수 세 명이 빠졌다고 해서 선수들의 마음가짐이나 자세가 달라진 건 없다.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등판하게 된다면 팀이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돕고 힘을 보태는 게 임무"라고 강조했다.
클로이드는 KBO리그 첫 해인 올 시즌 두자릿수 승리(11승)를 올렸지만 패전도 11차례나 기록했다. 28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도 5.19로 다소 높은 편이다. 두산을 상대로는 두 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클로이드는 "두산을 맞아 정규시즌에서 두 차례 나온 건 기억하지만 기록은 잘 모르겠다"며 "한국시리즈는 정규시즌과 다르지 않느냐. 정규리그 기록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새로운 경기(new game)"라고 말하며 여유롭게 웃었다.
클로이드는 자신이 마운드에서 오래 버텨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중간계투진은 시리즈에 앞서 다시 세팅이 됐다. 동료 투수들이 서로 이끌어주며 경기를 치러야 한다"며 "선발투수들은 좀 더 길게 던져야 한다. 그래야만 서로 부담이 덜 가게 된다"고 말했다.
3차전 선발 등판을 앞둔 클로이드에게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 실전 감각이다. 그는 "야구선수로 활동하면서 이렇게 오래 쉬고 포스트시즌 경기에 나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연습경기(자체 청백전)에선 4이닝을 던졌다. 실전은 당연히 다르다. 당장 마운드에 오르더라도 110구는 충분히 던질 수 있다. 현재 몸상태는 최상"이라고 긴 공백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클로이드는 정규시즌 기록이 큰 의미가 없다고 했지만 잠실구장에선 잘 던졌다. 4경기에 나와 2승 1패 평균자책점은 2.84를 기록했다. 그가 올 시즌 마운드에 오른 10개 구장(대구 및 포항구장 포함)에서 올린 평균자책점 중 가장 낮았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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