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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1년]이창태 SBS 예능국장, 예능의 가치와 책임을 말하다


[정병근기자] 케이블채널 tvN과 종편채널 JTBC이 강세를 보이고 있고 웹예능까지 등장했다. 지상파는 확실히 파워가 예전만 못 하다. 콘텐츠 플랫폼이 방송에서 모바일로 넘어가고 있는 것도 지상파 위기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SBS 이창태 예능국장은 '지상파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재미보다 유익함을 목표로 한다"고 했고, "맛있는 음식과 몸에 좋은 음식이 있으면 결국 몸에 좋은 걸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자극적인 건 돋보일 뿐인 거지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에요. 공중파는 정말 중요한 걸 해야 하고 그걸 하려면 그럴 역량과 의지와 책임감이 있어야 해요. 그리고 그걸 뒷받침 해줄 수 있는 토대가 마련 돼야죠. 공중파는 버티고 있어야 해요. 똑같이 자극적으로만 갈 수는 없거든요. 공중파는 공공재고 우리는 그런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에 대한 요구와 격려도 반드시 있어야 해요."

스마트기기가 일반화되고 그에 맞는 스낵컬처가 급부상하면서 콘텐츠가 급변하고 있지만 공중파 방송은 그에 맞는 역할과 책임이 있다.

"스낵컬처는 하드웨어가 콘텐츠를 바꿔버린 경우예요. 점점 맥락이 없고 기승전결이 없고 얕아지고 있어요. 과일을 껍찔까지 다 먹어야 좋다고 하는데 스낵컬처는 속살만 살짝 먹는 경우예요. 그런 건 조금 우려가 되죠. 그래도 결국 본편으로 넘어오는 건 방송이라고 생각해요. 지상파 예능은 그래서 더 깊이 있고 사회 구성원들에게 유익하게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우리는 그런 쪽으로 더 노력을 할 거예요."

교양국 PD 출신인 이창태 예능국장의 그러한 신념은 SBS의 예능프로그램에 스며들고 있다.

'런닝맨', 출혈을 감수하는 이유

'런닝맨'은 게임 버라이어티였고 게임이 중요했는데, 지금은 사람에게 방점이 옮겨 갔다. 게임버라이어티의 형식은 유지를 하고 있지만 '어떤 게임을 할까'에서 이젠 '어떻게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외국에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으로 '런닝맨'을 꼽는다. 브랜드 파워를 유지해야 한다. '미로 특집'의 경우 세트만 1억이다.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할 수 있는데 재미도 있어야 하고 새로운 시도도 해야 한다. 때로는 스케일로 압도를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런다고 광고가 더 붙는 건 아니지만 그런 투자를 해야 브랜드가 유지된다. 우리나라 대표 버라이어티가 됐고 국내 예능이 해외로 나가는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로서는 출혈이지만 그 역할을 위해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

'오 마이 베이비', 목적은 부모 교육

시청자들이 아이를 키울 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얘기한다. 단지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소비하는게 아니라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유용한 내용이 있어야 한다. 핵가족화 되면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를 모르는 분들이 많다. '오마베'에는 의사, 심리학자 등으로 자문단이 구성돼 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만들었었는데 그땐 이미 문제화 된 아이들 치료였다면 '오마베'는 어떻게 하면 더 밝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답이다. '오마베'의 목적은 '부모 교육'이다.

또 육아와 관련된 공신력 있는 사이트가 없더라. 어머니들의 경험담으로 된 게 대부분이다. 그건 위험하다. 그래서 홈페이지를 하나 만들었다. '오마베' 자문단이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해서 답을 다 해주고 있다.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해결이 아닌 이해

예능 프로그램은 유쾌하고 따뜻해야 한다. '동상이몽'은 유쾌하고 따뜻한 예능이다. 처음에는 솔루션 프로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솔루션이라기보다 요즘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다양한 가정의 부모자식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에 대한 이해와 부모에 대한 이해, 각 가정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그런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데 기여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동상이몽'에서 패널들이 얘기할 수 있는 건 지식의 양이 아니라 삶의 경험의 폭이다. 모든 걸 다 경험할 순 없다. 그래서 더 중요한 건 하나라도 얼마나 치열하게 경험을 했느냐다. 서장훈은 통찰이 있고 굉장히 솔직하다. 관념적인 게 아니라 경험적인 살아 있는 얘기들을 해준다.

'정글의 법칙', 도시의 불빛 대신 밤하늘의 별

한 번 출연한 이후 다시 출연하고 싶어하는 비율이 높다. 고생을 하면 안 가고 싶을 것 같은데 또 가고 싶어하는 곳이다. 원시 자연 속에 놓여졌을 때 거기서만 느낄 수 있는 생각, 느낌, 희열들이 있다고 하더라. 도시의 불빛 대신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빛이 있고 소음 대신 풀벌레 소리가 있다. 다녀온 사람들 말이 육체적으로는 힘든데 정신적으로 얻는 게 많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해올 수 있는 거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계속 해오고 있는 김진호 PD는 질릴 만도 한데 빨리 또 나가고 싶다고 한다. 그게 자연의 위대함이다.

예전엔 생존만으로도 얘기가 됐는데 이젠 고생하는 거 다 안다. 생존을 위한 시험 무대로서만은 의미가 없고 그건 베이스가 됐다. 더 나아가야하는 게 '런닝맨'이랑 비슷하다.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거기서 보여지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쪽으로 가고 있다.

정말 믿어도 되는 '백종원의 3대 천왕'

쿡방 먹방이 너무 많다. 백종원 씨도 이미 몇 개를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대표로 맛있는 음식 지도를 제대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요리 프로는 대부분 어떻게 만드는지 레시피가 중심인데 이 프로는 아는 만큼 맛있다가 모토다. 프로그램을 보고 끝이 아니라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한다. 남발되는 맛집이 아니라 정말 진짜로 맛있는 집을 찾으려고 한다. '3대 천왕'에 소개된 집은 정말 믿어도 된다. 백종원 씨는 일주일에 3일 많을 땐 일주일까지 돌아다녀야 하는데 그런 책임감으로 하는 거다.

백종원 씨는 방송을 하는 것 같지가 않다. 본인이 뭔가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기대로 하는 거다. 그래서 자연스럽고 설득력이 있고 신뢰감이 생기는 거다. 화장도 안 한 것 같은 화장이 좋듯이 방송에서 가장 좋은 건 그냥 나로서 하는 거다. 백종원 씨가 그렇다.

'자기야 - 백년손님', 누구에게나 찬란한 청춘이 있었다

시청률도 감사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른들에 대한 시선을 조금은 달라지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나이 드신 분들은 꼰대 같고 세대차이 나는 사람이고 이웃이어도 시선을 주지 않는 대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노인이지만 그 분들도 어린 아이였고 새색시였고 그렇다. 누구에게나 찬란한 청춘이 있었다. 모든 개인은 역사와 이야기를 갖고 있다. 세대간의 대립이 아니라 유쾌하고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후포리 하루 관광객이 매일 500~2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관광 코스가 됐다. 이춘자 여사 집 방문이 많은데 힘들다고 하더라. 가시는 건 좋은데 밤이고 낮이고 불러서 사진을 찍자 그런다고 하더라. 시골 분이라 오시면 또 다 커피를 타준다고 하신다. 그래서 그러지 말라고 한다.

'웃찾사', 헛헛한 웃음은 의미 없다

기본적으로 코미디도 방송 프로그램이다. 방송을 해야 할 가치가 있는 걸 다큐로 드라마로 버라이어티로 하는 것도 있고 코미디도 그 중에 하나라는 얘기다. 그래서 단지 웃기기만 하면 된다라는 것에 반대한다. 전파를 통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할 만한 내용과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늘 말하는 게 공감 코미디다. 단지 웃음을 위한 웃음은 헛헛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고 부대끼고 느끼고 하는 것이 담겨 있어야 한다. 과거와 달라진 부분이 그것이고 계속 그렇게 해나갈 것이다.

날로 먹는 '불타는 청춘'

사실 '불타는 청춘'은 날로 먹는 프로다. 인위적인 가공을 안 한다는 의미에서다. 출연자 분들을 보면 제작진이 어떻게 하자고 해서 되지도 않겠지만 PD의 의도가 철저히 개입되지 않는다. 신인사원들 면접을 보는데 이 프로그램을 많이 본다고 하더라. 굉장히 놀랐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이들의 방식이 신선한 거다. 너무 슬로우고 조심스럽고 답답한데 신선하다고 하더라.

예능프로그램이라고 하면 단지 재미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안에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게 이창태 국장의 확고한 신념이다.

"교양국 PD 때 시사프로를 하면 너무 힘들었어요. 부정적이고 의심해야 하고 그런 시선으로 봐야 하는데 그러면 내가 피폐해지거든요. 그런 시선도 필요한데 이 세상을 유쾌하고 따듯하게 바라보는 것도 필요해요. 그걸 예능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걸 통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세상과 사람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보게 만든다면 그 예능은 가치가 있어요."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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