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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집념의 92구…'가을 사나이'로 거듭난 노경은


5.2이닝 무실점 '시즌 최고 피칭'…4차전 승리투수 우뚝

[김형태기자] "2년 전과 비교하면 우리팀 주전이 많이 바뀌었어요. 저도 거의 매일 놀고 있잖아요. 아, 마운드의 투구판이라도 밟아봤으면 좋겠네∼"

30일 잠실구장.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을 앞둔 노경은(두산 베어스)은 이렇게 말하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지난 2013년 두산의 에이스로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신나게 던진 기억이 생생한 그는 이번 가을 좀처럼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다. 중간계투 보직인 그는 3차전까지 단 한 타자만 상대했을 뿐이다. 1차전 7회초 1사 뒤 마운드에 올라 아웃카운트 한 개를 잡고 곧바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후 2차전과 3차전에서 그는 몸만 풀다 끝냈다.

그러나 그의 아쉬움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게 됐다. 이날 4차전에서 올 시즌 개인 최고 피칭을 선보이며 두산의 승리에 가장 큰 수훈을 세웠기 때문이다.

노경은이 자신의 전성기를 완벽하게 재현하며 한국시리즈 승리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노경은은 이날 2-3으로 두산이 뒤진 2회초 2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8회까지 삼성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이날 그의 기록은 5.2이닝 2피안타 무실점. 삼진 5개 잡고 볼넷 2개를 내줬다.

두산은 4-3으로 승리하고 시리즈 전적 3승1패를 기록, 통산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1승만을 남겨놨다.

승리의 주역은 단연 노경은이었다. 2회 등판직후 1루 주자 구자욱이 2루 도루에 실패하면서 이닝을 마친 그는 3회부터 흠잡을 데 없는 투구로 삼성 타선을 제압해 나갔다. 3회 배영섭-나바로-최형우의 2∼4번 타선을 삼자범퇴로 가볍게 처리한 그는 4회에도 이승엽과 박한이를 연속삼진 처리하는 등 3타자를 또 다시 연속해서 잡아냈다. 이 사이 두산 타선은 4회말 양의지의 병살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한결 어깨가 가벼워진 노경은은 5회에도 이지영과 김상수를 연속 유격수 땅볼, 1번 구자욱은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덕아웃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노경은의 역투에 힘을 얻은 두산 타선은 5회말에도 2사 뒤 연속 3안타로 1점을 얻어 경기를 뒤집었다.

노경은은 6회초 선두 배영섭을 3루수 내야안타로 내보내면서 11타자 연속 아웃 행진을 중단했지만 흔들림 없는 투구를 이어갔다. 나바로를 볼넷으로 내보내 무사 1,2루에 몰린 뒤 최형우를 2루수 인필드플라이 처리해 한숨 돌렸다. 1사 1,2루에선 박석민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6-4-3 병살타를 완성하며 최대 위기에서 벗어났다.

7회에도 실점 위기가 있었다. 선두 이승엽을 우전안타로 내보낸 뒤 대주자 박해민에게 2루도루를 허용했다. 안타 하나면 리드가 날아가는 무사 2루 상황. 그러나 노경은은 박한이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대타 채태인을 2루땅볼, 김상수를 또 다시 삼진처리하면서 마운드 위에서 크게 포효했다.

노경은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뒤 선두 구자욱을 우익수 뜬공 처리하고 기세를 이었다. 후속 배영섭과 7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을 허용한 뒤 강타자 나바로와 맞섰다. 초구 볼을 던진 뒤 2구째에 좌측 파울폴을 살짝 벗어나는 대형 홈런성 파울을 허용했다. 힘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김태형 두산 감독이 결단을 내리면서 그는 마무리 이현승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이날 투구를 마쳤다.

이날 그가 기록한 5.2이닝 92구 기록은 올해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통틀어 그의 최다 이닝 및 최고투수구에 해당한다.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2만5천명 만원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시즌 최고 피칭을 유감없이 선보인 것이다. 그가 선발로테이션의 중심축으로 활약한 2년 한국시리즈가 부럽지 않을 역투였다.

이현승이 9회초 삼성 공격을 무사히 막으면서 두산은 한국시리즈 정상 등극을 눈앞에 뒀다. "마운드에 올라 공 좀 원없이 던져보고 싶다"던 노경은은 자신의 바람을 원없이 이뤘다. 무엇보다 소속팀 두산의 우승을 목전에 뒀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잊지 못할 '가을의 역투'로 남을 전망이다.

◆노경은과 일문일답

-오랜만에 환호 속 교체됐는데.

-"개인적으로 버티는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경기를 하는 걸 떠나서 저쪽은 피가로, 차우찬이고 우리는 (이)현호와 나다.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에 승패가 갈릴 것이라 생각했다."

-제구가 좋았는데.

"캐치볼하면서 연습을 하는데 힘이 안 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걸 찾았다. 투구판을 밟는 부분에 변화를 줬다. 투수는 단순하다. 작은 무엇 하나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걸 찾고 연습 때 하체 힘을 이용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8회 나바로이 홈런성 타구 때 기분은.

"5초 정도 숨을 못 쉬었다. 처음에 홈런인 줄 알았는데. 하늘의 어머니가 도와주시는 것 같았다."

-두 번이나 승부 중 교체됐다(볼카운트 도중).

"저번에는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감독님께 감사했다. 감독님이 선수 마음을 잘 아시는 것 같다."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

"난 롱릴리프디. 최대한 길게 던져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다. (함)덕주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형인데 내가 한 것이 너무 없으니까 많이 속상했다. (이)현승이 형 혼자 고생하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도와주고 싶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서 이제야 부담을 덜었다."

-반팔을 입은 이유는.

"무척 춥다. 얼어 죽는 줄 알았다. (장)원준이는 아무리 더워도 긴팔을 입는다. 반대로 나는 긴팔을 입으면 답답하다. 그냥 개인 취향이다."

-MVP 욕심은.

"솔직히 주변에서 '오늘 네가 MVP다' 라고 했더라. 지금 그저 이 상황이 좋다. 어차피 그건 돈이 아닌 타이어로 주기 때문에 상관 없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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