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박병호(넥센 히어로즈)는 새로운 무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는 지난해까지 팀 동료였던 강정호(피츠버그)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KBO리그에서 활약하다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는 야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병호의 소속팀 넥센 히어로즈는 2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메이저리그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을 공식 요청했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공식 절차에 들어갔지만 박병호는 자신의 향후 진로에 대해 좀처럼 얘기를 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결정된 일이 없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박병호는 해외 진출 여부를 떠나 KBO리그에서 대표적인 '성공스토리'를 썼다. 창간 11주년을 맞은 '조이뉴스24'가 박병호에게 최근 심정을 들어봤다.
▲아쉬움과 기다림
박병호는 조이뉴스24가 창간 1주년을 맞았던 지난 2005년 많은 기대를 받고 연고지팀 LG 트윈스에 입단했다. 성남고 재학시절부터 우타 거포 유망주로 꼽혔던 그다.
오른손 장타자에 대한 갈증에 시달렸던 LG는 망설임없이 1차 지명으로 박병호를 선택했다. 그는 프로 2년차 시즌까지 127경기에 출전했다. 그러나 유망주 꼬리표를 떼기엔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
계속 유망주로만 머물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팀도 박병호도 힘들어졌다. 1군보다 퓨처스(2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쩌다 1군에 올라와도 방망이는 헛돌기 일쑤였다.
병역문제를 먼저 해결하기 위해 상무(국군체육부대)를 다녀온 뒤에도 박병호의 잠재력은 폭발하지 않았다. 결국 LG는 유망주 박병호를 더이상 붙잡지 않았다. 박병호는 2011시즌 도중 트레이드 마감 시한에 맞춰 LG를 떠나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다.
히어로즈 이적이 박병호에게는 전혀 다른 타자로 재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만년 기대주'라는 꼬리표를 스스로 벗어던졌다.
2012년 31홈런으로 홈런왕에 오르며 넥센의 4번타자로 우뚝 섰다. 2013년 37홈런, 지난해에는 52홈런을 치며 홈런왕 타이틀을 연속해서 차지했다. 팀에서 기대를 저버린 그렇고 그런 선수에서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자리 바꿈에 성공한 것이다.
그는 올 시즌에도 53홈런을 쏘아 올렸다. 박병호 이전 KBO리그를 대표하던 이승엽(삼성 라이온즈) 심정수(은퇴) 이대호(현 소프트뱅크) 등도 이루지 못한 2시즌 연속 50홈런 고지에 올랐다.
▲마지막 히어로즈 유니폼
박병호는 기록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 그는 2년 연속 50홈런 이상을 친 것에 대해 "좋긴 하지만 팀에 도움을 크게 못준 것 같다"고 했다. 넥센은 올 시즌 마지막까지 순위경쟁을 했지만 4위에 그쳤다.
KBO리그 포스트시즌 사상 처음 도입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5위팀 SK 와이번스를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올라갔지만 올해 히어로즈와 박병호의 '가을야구'는 거기서 멈췄다. 두산 베어스에게 1승 3패로 밀려 탈락했다.
박병호는 "정규시즌도 그랬고 준플레이오프 4차전도 너무나 아쉽다"며 "홈런, 타점 그런 기록보다는 팀이 승리를 거둘 수 있게 더 많은 힘을 실어줬어야 한다"고 자책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한국시리즈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번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 하지만 결과는 지난해보다 못했다.
박병호는 "그런 아쉬움을 덜어내고 싶기 때문에 내년 시즌 준비를 더 열심히 잘 할 것"이라고 했다. 포스팅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이 말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돼 있다.
박병호는 이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포스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에는 KBO리그가 아닌 메이저리그에서 뛰게 된다. 국내와는 또 다른, 경험하지 못한 치열한 경쟁 속에 몸을 던지는 것이다.
박병호는 "메이저리그와 관련된 얘기는 되도록 안했으면 좋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아직 포스팅 여부가 결정된 것도 아니다.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메이저리그행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이나 추측은 금물이다. 박병호 스스로도 신중을 기하며 조심하고 있다.
1년 앞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경기 도중 불의의 부상을 당해 시즌 아웃된 강정호와는 자주 연락을 못한다고 했다. 박병호는 "(강)정호는 바쁜 것 같다"며 "워낙 많은 곳에서 연락이 오는 것 같다"고 웃었다. 전화 통화보다는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 하나인 '카카오톡'을 이용해 안부를 물어본다.
그는 "정호에게는 '재활 잘하고 있냐?' 정도만 묻는다"며 "서로 메이저리그에 대한 얘기는 나누지 않는다"고 다시 한 번 웃었다.
▲목표는 '현재에 충실'
박병호가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하면 이제는 정든 히어로즈 유니폼을 벗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더 팀에 대한 애착이 생긴다.
박병호는 "올 시즌 팀 성적과 포스트시즌 결과는 마음 속에만 담아두겠다"고 했다. 당장 바로 앞에 새로운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도전과는 별개로 국가대표로 참가하는 '2015 프리미어12'가 박병호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때도 그랬지만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은 늘 함께 있다"고 강조했다. 박병호는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끝내고 바로 대표팀에 합류한 셈이기 때문에 힘든 부분도 있지만 선후배들과 함께 즐겁게 훈련하며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대표팀 분위기를 전했다.
박병호는 "형들도 그렇고 주장을 맡고 있는 정근우(한화 이글스) 형의 말도 잘 듣고 있다"고 웃었다. '2015 프리미어12' 대회는 포스팅 절차에 들어간 박병호에게 자신의 진가를 널리 알릴 중요한 무대가 될 수 있다. 국제대회에서 활약에 따라 몸값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포스팅을 떠나서) 대표팀에서 제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최선을 다해 집중할 것이고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게끔 도움을 주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현재 목표에 충실하겠다. 포스팅과 관련해서는 결과가 나온 다음 얘기를 하는 게 순리라 본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