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근기자] 신승훈 본인 스스로 "명반이 될 수 없다"고 했지만, 그의 정규 11집 앨범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신승훈은 정규 11집 앨범 '아이 엠 앤 아이엠(I am...&I am)'를 파트1 '아이 엠'과 파트2 '앤 아이엠'으로 구분해 발표했다. '신승훈과 그리고 또 신승훈'의 의미인데, 파트1은 그간 팬들의 요구에 대한 응답이고, 파트2는 앞으로 어떤 음악에 도전을 할 것이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다.
신승훈의 정규 2집 앨범 '보이지 않는 사랑'은 이론의 여지 없이 명반으로 꼽힌다. 정규 10집까지 전 앨범이 골든디스크로 선정됐다. 신승훈이 '발라드의 황제'라는 것에 토를 달 사람은 없다. 신승훈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자신의 음악을 계속 해나갈 수 있다.
신승훈은 다른 선택을 했다. 11집을 두 개의 파트로 나눈 건 그간의 명성에 기대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신승훈은 파트1에 자신이 가장 잘 해왔고 또 많은 사랑을 받은 음악들로 채웠다. 신승훈표 애절한 발라드를 오랫동안 기다려온 팬들을 위한 타이틀곡 '이게 나예요', '엄마야'를 떠오르게 하는 디스코 '아미고(AMIGO)'를 비롯해 파트1에 수록된 6곡은 1집부터 10집까지의 압축판이다.
그간의 신승훈을 담았다고 하지만 변화는 있다. 더 담백해졌고 더 깊어졌다.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만들었다는 마지막 트랙 '아이 윌'은 예외다. '가수가 녹음을 할 때 오버해서 부르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신승훈이지만 이 곡에서만큼은 감정을 모두 쏟아냈다.
팬들의 요구에 응하고, 팬과의 약속을 지키고, 또 예전의 자신과도 마지막 인사를 한 신승훈은 지난 25년의 음악인생과 깔끔하게 작별했다.
파트2는 그래서 더 주목할 만하다. 신승훈은 정규 10집 이후 정규 11집까지 왜 9년이나 걸렸는지 파트2를 통해 음악으로 들려준다. 신승훈은 9년간 세 장의 미니앨범을 통해 모던 록, 어반 뮤직, 브리티시록을 선보였다. 그 시도로 얻은 결과물들이 또 한 번 정제돼 파트2에 담겼다.
파트2에 수록된 6곡은 9년이란 시간 동안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온 신승훈이 찾은 앞으로 자신이 가야 할 길인 셈이다.
파트2는 파트1과 명확히 구분된다. 래퍼 빈지노와 콜라보레이션을 한 타이틀곡 '마요'를 시작으로 최근 그의 관심 분야인 네오 소울 알앤비 장르의 '러브 어게인(Love Again)', 펑키한 리듬 위에 일렉트로닉 요소의 편곡이 가미된 '타임 이즈 마인(Time is mine)'가 이어진다.
파트1에도 수록된 '우드 유 메리 미(Would you marry me)'를 파트2에서 다른 버전으로 수록한 것은 신승훈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보통 명반이라고 불리는 앨범들을 보면 일관되게 관통하는 게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내 음반은 명반이라는 평은 들을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신승훈의 말처럼 11집은 명반의 범주에 속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음악만 했던 신승훈이다. 재미 없는 사람일지 모르겠지만 이런 사람도 한 명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수는 음악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나는 또 시작을 하겠다"는 말에는 정확히 부합하는 앨범이 아닐까. 그게 바로 신승훈의 11집 앨범이 지닌 가치다.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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