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따지고 보면 8년 만의 귀향이다. 유한준은 지난 2007년만 해도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을 입고 홈구장이었던 수원구장(현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뛰었다.
그런데 유한준이 상무(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한 사이 소속팀과 홈구장이 바뀌었다. 전역 후 복귀한 팀은 넥센 히어로즈였고 목동구장이 안방이었다.
넥센에서 유한준은 부침이 있었다.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포지션도 바꿨고 야수로서는 흔치 않게 토미 존 수술도 받았다. 프로 입단 당시 기대주로 꼽혔으나 어느덧 나이가 들었다. 그저 그런 선수로 묻히나 싶었지만 반전을 이뤄냈다.
유한준은 지난해와 올해 전혀 다른 타자가 됐다. 타율 3할에 20홈런 이상을 두 시즌 연속 기록했다. 넥센은 2013시즌부터 3년 연속 '가을야구'에 나섰는데 유한준의 활약도 컸다. 그리고 188안타로 최다안타 1위에 오르고 타율 3할6푼2리(2위)로 리그 정상급 성적을 낸 올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2005년 프로 데뷔 후 정확히 10년 만이다.
유한준은 원 소속팀 넥센 대신 kt 위즈와 계약을 선택했다. kt는 지난 29일 유한준과 계약기간 4년, 총액 60억원(계약금 36억원, 연봉 6억원)에 사인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보여준 좋은 활약이 FA 대박으로 이어진 셈.
유한준은 계약 소식이 알려진 뒤 '조이뉴스24'와 전화 통화에서 "아직까지는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전화기 너머 들린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는 "기쁜 마음보다는 미안한 생각이 먼저 든다"고 얘기했다. 내년 시즌부터 상대팀으로 만나야 할 넥센 동료들 때문이다.
유한준은 "kt와 좋은 조건에 FA계약을 할 수 있었던 이유도 넥센에서 보낸 시간 덕분이라고 본다"며 "넥센에서 그동안 함께 뛴 동료 선, 후배들과 김시진 전 감독님과 염경엽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프런트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긴 말은 아니었지만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되는 되는 듯했다.
유한준은 "수원이라는 곳이 낯설지 않아서 괜찮다"고 했다. 그는 현대 입단 전에도 수원에서 야구 선수로 활동했다. 수원에 있는 유신고에서 3년을 뛰었다. 정확히 얘기해서 자신이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은 아니지만 수원은 유한준에게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넥센에서 계속 뛰는 것에 대해서도 당연히 생각을 했다"며 "그러나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했고 그런 가운데 기회가 찾아왔다. kt가 수원을 연고지로 두고 있다는 점도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줬다"고 덧붙였다.
유한준은 "구체적으로 목표를 세우진 않았지만 kt에서도 꾸준한 성적을 냈으면 한다"며 "넥센에서 올 시즌과 지난해 거둔 성적만큼 kt에서도 꼭 보여드릴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kt는 앞서 2차 드래프트로 LG 트윈스에서 이진영을 영입했다. 거기에 기존의 이대형과 FA로 데려온 유한준으로 든든한 베테랑 3명이 버티는 막강 외야진을 꾸릴 수 있게 됐다. 반면 넥센은 오프시즌 동안 유한준의 이적과 함께 미네소타와 계약이 임박한 박병호까지 팀 전력에서 빠져나가 우타 거포 자원을 메워야하는 상황을 맞았다. 올 시즌 유한준과 박병호가 합작한 홈런, 타점, 안타수는 각각 76홈런 262타점 369안타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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