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로 돌아온 이상훈(44) 코치에게는 부담도 목표도 따로 없었다.
이상훈 코치는 지난 8일 잠실구장 2층 VIP실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갖고 LG로 돌아온 소감 등을 전했다. 이 코치는 2004년 시즌을 앞두고 SK 와이번스로 트레이드됐고 그 해 현역 은퇴를 선언한 이후 11년만에 다시 LG 유니폼을 입는다.
현역 은퇴 이후 록밴드 활동을 하며 음악인으로 지냈던 이 코치는 2012년 고양 원더스 코치로 부임하며 야구계를 다시 찾았다. 그리고 올 시즌 두산 베어스 2군 코치를 맡아 두산의 젊은 투수 육성에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LG가 친정팀이라고는 해도 1년만에 두산을 떠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LG 구단의 거듭된 부탁에 두산이 이 코치의 이적을 허락, 이 코치는 지도자로 LG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이 코치의 보직은 신설된 피칭아카데미의 원장. 피칭아카데미는 투수 유망주를 집중 육성하기 위한 LG의 야심작으로 개인별 맞춤 지도를 통해 선수를 육성하는 시스템이다. 초대 원장이 된 이 코치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LG에는 투수 유망주가 많다는 것도 자칫 이 코치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 코치는 "부담감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못하면 잘리면 된다. 오라는 곳이 없으면 알아서 살면 되는 것이고, 오라는 곳이 있으면 가면 된다"며 "그만큼 후회없이 할 것이다. (나를) 부른 것에 후회할 수도, 잘 불렀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 내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자리에 얽매이지 않고 소신껏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이었다. 현역 시절 갈기머리를 휘날리며 마운드를 향해 달려나가던 모습을 연상시키는, '야생마'의 말투와 표정이기도 했다.
이 코치의 거침없는 스타일은 지도자로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도 계속해서 나타났다.
이 코치는 "1993년도에 입단해서 신인왕을 하겠다고 얘기해본 적도 없고 1995년 20승을 하겠다고, 1994년 18승을 하면서 우승하겠다고 한 적도 없다. 메이저리그를 가겠다, 주니치에서 우승을 하겠다고 얘기한 적도 없다. 김성근 감독 밑에서 코치를 하겠다고, 두산에서 잘 하면 LG에서 부르겠지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고 자신의 선수 및 지도자로 걸어온 길을 간단히 정리했다.
이어 이 코치는 "물 흐르는대로 하루하루를 소진시키면서 살고, 시간이 지난 뒤 '저 놈이 어떤 놈이다'라고 얘길 들으면 된다"며 "난 뭐가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 얘길 하면 또 뭐라고 할텐데, 그럼 또 그런 얘길 들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소신껏 지도자의 길을 걷겠다는 이 코치의 굳은 심지가 잘 나타나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코치는 "마지막 한 마디만 하겠다. 나에게 첫 팀이 LG 트윈스였고, 은퇴를 하면서 LG를 떠났다 지금 다시 돌아왔다"며 "사실 특별한 것은 없다. 날 원하는 곳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할 뿐이다. 아직 뭘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토대로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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