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한화 이글스는 지난달 30일 발표된 보류선수 명단에서 총 13명의 기존 선수들을 제외시켰다. 이는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숫자였다.
보류선수 명단에서 빠졌다는 것은 방출을 뜻한다. 더 이상 팀 전력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받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 한화의 보류선수 제외의 경우는 일반적인 방출이 아니다.
13명 중 외국인 선수 폭스, 은퇴를 선언한 오윤을 제외한 11명은 대부분 부상으로 인해 재활 중에 있는 선수들이다. 한화 구단은 부상 탓에 어차피 당장 뛰지 못하는 선수들을 육성선수(신고선수)로 전환, 재활을 마친 뒤 다시 정식 선수로 등록시키려는 계획이라고 이번 결정을 설명했다.
◆한화 구단 입장, 일반적인 방출과는 다르다
'방출이지만 방출이 아니다.' 한화는 선수들이 재활을 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었다. 팀에서 떠나보내는 것도 아니고 육성선수로 신분이 변경될 뿐이다. 선수들의 소속팀은 변함없이 한화다.
단, 육성선수 계약이 가능한 1월31일까지는 소속이 없는 무적 선수 신분이 된다. 그 사이에는 선수가 어떤 결정을 하든 자유다. 우완 유망주 최영환(23)이 10일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이유다.
구단 측은 선수들에게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을 전달하고 설득했다. 최영환의 경우 팔꿈치 수술로 당분간 실전에 투입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 사이 군복무를 해결하려는 계획까지 세웠다.
다른 선수들 역시 재활 추이를 지켜보며 정식선수 전환 시점을 잡기로 했다. 육성선수에서 정식선수로 전환은 5월1일부터 가능하다. 성공적인 재활이 이루어진다면, 시즌 개막 후 한 달만 육성선수 신분으로 지낸 뒤 곧바로 정식선수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선수들 입장, 방출 & 육성선수 전환은 상처
'방출은 방출이다.' 다시 정식선수 등록이 가능하다고 해도, 방출이라는 어감에서 오는 상처가 선수들에게는 보통의 일이 아니다. 1군에 머물던 선수가 순식간에 육성선수가 된다는 것 역시 자존심이 상하는 부분이었다.
구단의 계획이 선수들에게 전달된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선수들과의 상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전화로 내용이 전달된 경우가 많았다. 김성근 감독과의 통화가 이루어진 것도 방출 통보를 받고 며칠이 흐른 뒤였다.
아무리 구단의 계획이 좋다고는 해도, 선수들 입장에서는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방출이 된 상황에서 재활마저 순조롭지 않을 경우 구단이 다시 정식선수로 받아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선수들 입장에서는 타구단이 좋은 조건을 내세워 입단을 제의해오면 팀을 옮길 수밖에 없다. 그럴 자유도 있다. 최영환에 앞서 포수 이희근(30)도 kt 위즈와 계약을 맺었다.
이대로라면 이희근, 최영환에 이어 한화를 떠날 선수는 더 생길 수도 있다. 투수 박성호, 이동걸, 최우석, 허유강, 포수 지성준, 내야수 이도윤, 임익준, 한상훈, 외야수 이양기 등이 이번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들. 그 중 한상훈은 아직 FA 계약기간도 남아 있는 상태다.
◆이재우를 얻고 최영환을 잃었다
한화가 선수들을 대거 방출한 근본적인 이유는 김성근 감독의 팀 운영 스타일에 있다. 김 감독은 다양한 선수들을 활용해 팀 전력을 구축한다. 선수단 운영의 폭이 넓은 편. 지난해 취임한 뒤부터 꾸준히 선수들을 끌어모았다.
그러다보니 정식선수 등록 제한인 65명의 틀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올 시즌 중 육성선수를 정식선수로 전환하면서 추승우, 전현태, 정민혁 등이 방출된 것도 그 때문이다.
한화는 이번 오프시즌을 통해 두산에서 방출된 이재우(35)를 영입했다. 홀드왕 출신의 이재우는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투수다. 두산은 코치직을 제의했지만, 이재우는 현역 연장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베테랑 투수를 얻은 한화는 젊은 유망주를 잃었다. 최영환은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에서 지명한 선수다. 지명 순위에서 알 수 있듯 한화가 큰 기대를 걸었고, 신인이던 2014년에는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공을 뿌리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최영환은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최소 1년 간은 공을 던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에 한화는 선수 확보를 위해 최영환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당장 필요한 선수를 활용하면서 최영환과는 미래를 기약하려는 계획이었다.
한화의 결정이 묘수인지 자충수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이재우가 2016년 좋은 활약을 펼치며 한화의 성적에 보탬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최영환이 재활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롯데 마운드의 중심으로 성장할 지도 장담할 수 없다.
한화 구단도 최영환과 같은 경우가 생길 것을 생각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년 시즌 성적을 위해 필요한 선수들을 영입했고, 그 자리를 만들기 위해 방출 아닌 방출이라는 흔치 않은 선택을 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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