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황)의조! 빨리 빨리."
"(이)정협! 식스(Six) 오케이?"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3천장의 연탄 앞에 서자 선수들은 기계적으로 움직이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얼굴에 연탄재가 묻었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한국 축구의 마지막은 봉사로 마무리되고 있었다.
16일 서울 중계본동 104마을, 서울에 몇 남지 않은 대표적인 달동네에서 대한축구협회의 축구사랑나누기 봉사활동이 열렸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가운데 슈틸리케 감독을 비롯해 이정협(부산 아이파크), 이재성(전북 현대), 황의조(성남FC), 이승우(FC바르셀로나B), 장결희(FC바르셀로나 후베닐A), 지소연(첼시 레이디스), 서현숙(이천대교) 등 주요 선수들이 모두 모여 연탄을 날랐다.
104 마을은 1천 가구 중 6백여 가구가 연탄을 사용한다. 축구협회는 2013년 연탄은행을 연간 1천만 원씩 총 1만7천 장의 연탄을 후원하고 있다. 이날은 3천 장을 직접 날랐다. 노약자가 많고 비탈길이 많아 체력이 좋은 선수들이 앞장섰다.
선수들 외에도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 및 임직원과 A대표팀, 여자대표팀, 22세 이하(U-22) 대표팀 코칭스태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선발된 축구팬 22명 등 총 105명이 연탄과 사투를 벌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익숙한 표정이었다. 지난해 10월 부임 후 12월 연탄을 나른 경험이 있다. 먼저 연탄을 들어 옆에 서 있던 황의조에게 건넸다. 나중에는 손수레에 실어 직접 밀기도 했다.
봉사활동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은 "우리가 좋은 한 해를 보낸 것과는 별개로 여기는 항상 도움이 필요한 곳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게를 지고 땀을 흘리면서도 지치지 않은 표정으로 지나가는 기자를 향해 "함께 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손수레를 뒤에서 밀고 104마을에서 가장 급경사 고갯길을 오른 신태용 22세 이하(U-22) 감독은 지친 표정을 짓더니 지게를 지고 올라온 이재성을 보고 "임무를 교대하자"라며 특유의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앞에서 끌던 이운재 골키퍼 코치도 연신 숨을 헐떡였다.
고갯길을 수차례 오른 이재성은 "연탄을 땐 적이 없어 사정을 잘 모르겠지만, 봉사를 하는 것은 중요하다. 내가 받은 사랑을 이렇게 나눠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클래식 승격에 성공한 수원FC 조덕제 감독도 "날씨는 춥지만 많은 분이 오셔서 그 열기에 더운 느낌이다"라며 웃은 뒤 "올해 좋은 일이 많았다. 봉사활동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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