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김현수는 떠났다. 이제는 오재원이다.
두산 베어스의 스토브리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 재계약이 남았고, 새 외국인 타자도 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FA로 풀린 2루수 오재원과의 협상테이블이 남아 있다.
오재원은 18일 세종시의 한 부대에서 4주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18일 퇴소했다. 손아섭, 황재균(이상 롯데 자이언츠), 차우찬, 김상수(이상 삼성 라이온즈), 나성범(NC 다이노스) 등 프리미어12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군사훈련을 받느라 그는 본격적인 FA 협상을 시작도 하지 못했다.
◆김현수 놓친 두산, 이제는 오재원 차례
이번 겨울 두산의 가장 큰 목표였던 '김현수 붙잡기'는 무위로 돌아갔다. 김현수가 전날 2년 700만달러의 조건에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 입단에 합의하면서 두산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또 다른 내부 FA 오재원에게 쏠린다.
오재원은 남다른 승부욕과 수비센스, 그리고 빠른 발과 타격능력을 모두 갖춘 만능 내야수다. 주 포지션인 2루수는 물론 1루 포지션도 안정적으로 소화가 가능하다. 우투좌타에 나름대로 정교한 타격과 잠실에서 두자릿수 홈런이 가능한 파워도 보유했다. 어떤 구단에서든 당장 주축으로 활용이 가능한 자원으로 꼽힌다.
오재원의 필요성을 그 어느 곳보다 잘 알고 있는 팀이 두산이다. 두산 관계자들은 "재원이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가 확실히 크다"고 입을 모은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그라운드와 덕아웃에서 그처럼 투쟁심을 불러일으키는 선수가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자금력도 갖췄다. 두산은 '최대 100억원설'이 나돈 김현수가 빅리그행을 선택하면서 자연스럽게 큰 돈이 굳었다. 이 돈의 상당액을 오재원 영입을 위해 쓸 수 있을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지만 이런저런 변수도 감안해야 한다. 우선 두산은 선수의 적정가치 이상 돈을 '퍼주는' 경향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겨울 FA 좌완 장원준과 4년 84억원의 거액에 계약하기도 했지만 이는 지난해 붕괴된 선발진을 강화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야수는 키워서 쓸 수 있어도 투수가 무너지면 도약이 쉽지 않다는 게 두산의 내부 판단이었다.
◆'야구적인 판단' 가장 중요
모기업 사정도 감안해야 한다. 최근 세계건설경기 침체로 주요 계열사인 두산 인프라코어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아무리 필요한 선수를 붙잡기 위한 조치라고 해도 두산그룹과 베어스 야구단에 대한 국민여론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야구적인 판단'이 가장 부각되는 시점이다. 현재 오재원은 10개 모든 구단과 협상이 가능한 신분이다. 오재원의 가치를 가장 잘 아는 두산이지만 영입경쟁이 격화될 경우 몸값이 어느 정도까지 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평소 특정 선수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다가 갑자기 달려들어 시장가치 이상의 몸값으로 사인을 얻어내는 구단은 항상 존재했다. '선수의 적정 가치'를 중시하는 두산으로선 터무니 없는 몸값경쟁이 붙을 경우 달라는 대로 돈을 '퍼주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두산 측은 FA 시장이 열린 시점부터 "재원이는 꼭 필요한 선수다. 하지만 그를 노리는 팀들이 여럿 있을 것으로 보여 고민"이라고 토로해왔다. 계약 여부는 실제로 협상을 해봐야 한다는 의미다.
오재원은 다음 시즌에도 두산의 '네이비 블루'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까. 훈련소를 퇴소하고 '자유의 몸'이 된 오재원이 스토브리그 막바지를 후끈 달구고 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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