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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결산]'ML 도전' 강정호가 남긴 빛과 그림자


사상 첫 '직행 야수' 성공기…속출하는 '제2의 강정호', 새로운 숙제

[김형태기자] 사상 최초의 KBO리그 출신 빅리그 직행 야수. 강정호(28, 피츠버그 파이리츠)는 여러모로 관심의 대상이었다. 한국은 물론 '야구의 본고장'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그의 성공 여부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 한 시즌을 모두 마친 현재 평가는 태평양 양쪽에서 일치한다. "기대이상의 성공적인 시즌"이라는 평가다. KBO 야수들의 빅리그 진출 관문을 활짝 열어젖힌 그는 또 다른 한국야구의 '개척자'로 통하고 있다.

◆'이보더 좋을 수 없는' 데뷔시즌

포스팅비용(이적료) 500만2천15달러, 4년 보장금액 1천100만달러. 강정호 영입을 위해 총액 1천600만 2천15달러를 투자한 피츠버그 파이리츠는 현지 언론으로부터 "최고의 계약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다. 누구도 선뜻 다가서지 않으려 했던 한국프로 출신 강정호를 과감하게 영입해 큰 성공을 거뒀다는 이유에서다. 올 시즌 강정호는 피츠버그 내야의 좌측(유격수·3루수)에서 탄탄한 수비실력을 선보였다.

견고한 글러브질과 강력한 어깨를 바탕으로 빅리그 주전 내야수로 손색없는 활약을 펼쳤다. 수비보다 더 인상적인 건 타격이다. 시즌 126경기서 타율 2할8푼7리 15홈런 58타점. OPS 0.816을 기록하며 자신에 대한 주위의 의구심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비록 9월18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병살타 처리 도중 상대 1루주자 크리스 코글란의 태클에 왼 무릎 골절상을 입고 시즌을 일찍 마감했지만 KBO리그 출신 야수들의 선구자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른 시즌이었다.

◆"강정호처럼"…줄 잇는 ML행

KBO 출신 '직행 야수'가 통한다는 사실이 증명되자 너도나도 메이저리그행을 선언했다. 강정호처럼 큰 무대에서 활약하고 싶다며 한국은 물론 일본무대에서 정상급 활약을 펼친 '대표급 얼굴'들이 저마다 메이저리그 무대에 명함을 내밀었다. 우선 강정호의 넥센 히어로즈 시절 동료이자 현재 한국 최고의 파워히터로 여겨지는 박병호가 미네소타 트윈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박병호는 총액 2천485만달러(포스팅비용 1천285만달러·4년 보장 1천200만달러)로 강정호보다 더 많은 몸값을 기록해 1년 사이 바뀐 빅리그의 시각을 대변했다.

뒤 이어 두산 출신 김현수가 2년 700만달러에 볼티모어 오리올스 입단을 앞두고 있다. 김현수는 신체검사를 통과할 경우 프로 외야수로는 첫 빅리그 진출 케이스가 된다. 여기에 올해 일본시리즈 MVP에 빛나는 이대호(전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한신 타이거스의 '수호신' 우승환도 각각 원소속구단의 구애를 뿌리치고 미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대호와 오승환까지 진출할 경우 다음 시즌 한국 출신 빅리거는 모두 7명(류현진·오승환·추신수·강정호·박병호·김현수·이대호)로 늘어나게 된다. 이 가운데 류현진과 오승환을 제외한 5명이 야수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한동안 잊혀진 유행어인 '코리언 빅리거'의 시대가 다시 활짝 열릴 준비를 마친 느낌이다.

◆빅리거 속출…KBO는 스타 유출 '비상'

모두가 웃은 건 아니다. 야심차게 빅리그 진출을 선언했지만 씁쓸히 단념한 선수들도 나왔다. 특히 손아섭과 황재균, 두 롯데 자이언츠 동료는 이번 겨울 차례로 빅리그행을 꿈꿨지만 그만 뜻을 접어야 했다. 포스팅시스템 결과 단 한 구단도 이들에게 응찰하지 않아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들은 빅리그 진출을 위한 준비기간이 부족했던 데다 홍보기간도 짧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좀 더 치밀한 관리와 준비, 무엇보다 완성된 기량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모두가 새삼 깨닫게 된 계기였다. 선수들의 잇딴 해외 진출로 팬들의 볼거리는 늘어났지만 KBO리그로선 새로운 위기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들이 너나할 것 없이 떠날 경우 가장 중요한 국내 리그의 수준과 볼거리가 저하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경쟁력 유지…야구계의 새로운 숙제

한 야구 관계자는 "메이저리그에 한국 선수들이 넘쳐나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한국야구는 암흑기 그 자체였다. 팬들이 아침에 TV에서 중계되는 차원이 다른 야구에만 몰두하다보니 정작 일과시간 후 벌어지는 '우리 야구'는 쳐다도 보지 않더라. 여러모로 자괴감이 가득했던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한국야구는 당시와 비교해 여러 여건이 달라졌다. 구장은 최신식으로 바뀌고 있고, 선수들의 기량도 몰라보게 늘어났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팬들의 'ML 편식 현상'은 재현되지 않겠지만 스타들의 유출 현상이 초래할 모습에 대해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국내 야구의 성장과 리그의 발전이 '스타들의 줄줄이 이탈'이라는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이러니이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국 야구는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새로운 숙제를 떠안았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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