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7위→3위→2위→?'
제9구단 신생팀으로 출범해 KBO리그에 뛰어든 NC 다이노스가 폭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벌써부터 내년 시즌에는 '우승후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2011년 창단한 NC는 2012년을 퓨처스리그에서 보낸 뒤 2013년부터 1군 리그에 진입했다. 9구단 체제로 처음 치러진 2013년 NC는 형님 구단 2개 팀(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을 순위표 밑으로 깔아둔 채 7위에 오르며 무서운 막내의 탄생을 알렸다.
2014년에는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하며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NC다. 올 시즌에는 더욱 성장, 정규시즌 막판까지 삼성 라이온즈와 우승 경쟁을 벌인 끝에 2위를 차지했다.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진출이었다.
아쉽게 플레이오프에서 두산 베어스에게 무릎을 꿇으며 한국시리즈 진출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매년 한 단계씩 올라서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과연 NC의 급성장 비결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신구조화…젊은 팀에 이식된 베테랑 경험
NC 만큼 신구조화가 잘 이루어진 팀도 찾아보기 어렵다. 신생팀으로 창단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선수들의 연령층이 낮아 경험이 부족하지만 굵직한 몇몇 베테랑들의 존재감이 그 부족함을 메워주고도 남았다.
이호준과 손민한이 투타 최고참으로 팀의 중심을 잡았다. 흔히 말해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후배들에게는 공부가 되는 선수들이었다.
그렇다고 두 선수가 올 시즌 자리만 지키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호준은 타율 2할9푼3리 24홈런 110타점, 손민한은 11승6패 평균자책점 4.89의 성적을 남겼다. 특히 손민한은 KBO리그 최고령 10승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내야와 외야의 리더 역할을 맡은 이종욱과 손시헌도 베테랑으로서 제 몫을 해냈다. 박명환과 이혜천도 마운드에서 힘을 보탰다.
그러자 나성범, 박민우처럼 젊은 선수들이 형님들의 든든한 울타리 속에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며 팀의 중심축으로 성장했다. 마운드에서는 최금강, 임정호 등 새로운 얼굴들이 쏟아져나왔다.
◆테임즈와 해커…투타 구심점 역할 한 외국인 선수
외국인 선수 선발로 점수를 매긴다면 올 시즌 10개 구단 중 1위는 단연 NC라고 할 수 있다. 투타 최고의 외국인 투수라 할 수 있는 에릭 해커와 에릭 테임즈가 팀의 구심점이 됐다. 찰리 쉬렉의 중도 퇴출이 아쉽지만, 그를 대신해 들어온 재크 스튜어트도 해커 못지않은 안정감을 뽐냈다.
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팀 성적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좋은 외국인을 영입하는 것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그만큼 NC의 외국인 스카우트 팀의 역량이 뛰어났다고 볼 수 있다.
좋은 선수를 뽑은 것만으로 NC의 외국인 농사를 설명할 수 없다. 해커의 경우 2013년 무려 11패(4패)를 당했던 투수. 하지만 NC는 해커의 가능성과 성실성에 주목해 재계약을 맺었고, 해커는 에이스로 성장하며 그 믿음에 보답했다. 외국인 선수도 KBO리그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NC를 통해 또 한 번 증명됐다.
발빠른 움직임도 돋보였다. 찰리가 시즌 초반 부진하자 곧바로 교체라는 칼을 빼든 것. 연봉 100만달러 짜리의 외국인 선수를 방출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더구나 찰리는 지난해 NC의 에이스였던 선수. 그러나 NC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며 스튜어트라는 만점짜리 대체자를 뽑아왔다.
◆김경문 감독 리더십…선수 보는 눈 탁월, 당근과 채찍 병행
김경문 감독의 리더십이 아니었다면 NC가 빠른 시간 안에 강팀이 되는 것은 어려웠을 지 모른다. 선수의 장단점을 꿰뚫어 보는 매의 눈,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사용하며 선수들의 능력을 끌어내는 조련술, 팀 분위기를 한데 묶는 노련함이 김 감독이 가진 리더십의 특징이다.
국가대표 외야수로 성장한 나성범은 NC 입단 당시 투수였다. 그런 나성범을 야수로 전향시킨 것이 바로 김 감독이다. 시속 150㎞의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투수를 야수로 전향시킬 생각을 할 수 있는 지도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신인 시절 어이없는 실책을 쏟아내던 박민우를 톱타자로 키워낸 것 또한 김 감독의 안목을 설명해준다.
무한경쟁을 유도하는 김 감독이지만 베테랑들은 확실히 예우를 해준다. 시즌 초반에는 1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타율을 기록 중이던 손시헌을 꾸준히 기용했고, 플레이오프에서도 1차전에 부진했던 이종욱과 손시헌에게 "1년 내내 최선을 다했던 베테랑들"이라며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김 감독은 칭찬에 인색하다. 특히 젊은 선수들에게 그렇다. 현재에 안주해 나태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경쟁구도를 마련해 놓고 그 안에서 선수들이 성장하는 것을 유도한다.
싹수가 보이는 선수를 과감하게 경기에 출전시켜 주전들의 체력을 안배함과 동시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새롭게 기회를 잡은 선수도 어떻게든 인정을 받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플레이를 펼친다. 김 감독이 자주 사용하는, 팀을 강하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다.
◆과감하고 효율적인 투자…FA 박석민 96억원에 영입
NC는 투자에 있어서도 과감한 행보를 보인다. 무턱대고 돈을 쓰는 것은 아니다. 꼭 필요한 포지션과 역할의 선수를 영입한다. '모범 FA' 영입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호준과 이종욱, 손시헌은 NC의 성장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올 시즌 MVP를 수상한 테임즈 역시 투자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NC는 테임즈와 처음 인연을 맺으며 적지 않은 몸값을 지불했다. 하지만 테임즈는 투자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의 활약을 펼쳐줬다.
올 시즌 종료 후에는 삼성 3루수 박석민을 역대 FA 최고 대우인 4년 총액 96억원의 조건에 영입했다. 박석민의 가세는 NC 전력을 공수에 걸쳐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NC에서는 이른바 '먹튀'라 불린 선수가 거의 없다. 그만큼 철저한 검증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선수를 영입했고, 그 선수들이 대부분 제 몫을 해줬다는 뜻이다. 과감하면서도 효율적인 투자 역시 NC의 성장 비결 중 하나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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