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리우 올림픽의 해가 밝았다. 한국 축구는 오는 12일 카타르 도하에서 개막하는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겸 리우 올림픽 예선으로 새해 첫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는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영광을 리우에서도 이어가야 한다. 올림픽 대표팀이라 불리는 U-23 대표팀을 이끄는 '난놈' 신태용(46) 감독은 4년 전 올림픽 성적을 뛰어넘고 싶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①편에서 계속
올림픽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70명이 넘는 선수들을 불러 테스르를 해봤던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의 기량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팀에서 보여줬던 기량 이상으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고 기쁨과 의문을 동시에 가진 것이다.
이찬동(광주FC)의 부상으로 대체 발탁해 재미를 봤던 박용우(FC서울)가 한 예다. 박용우는 서울에서 중앙 수비수 겸 중앙 미드필더로 뛰고 있다. 같은 포지션인 오스마르와 자주 자리를 바꿔가며 능력을 과시한다.
박용우 발탁을 위해 신 감독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만 5번을 찾아가 면밀하게 관찰했다. 공격지향적인 플레이를 좋아하는 신 감독은 "박용우는 내가 관전하러 가면 정말 못했다. 그런데 A대표팀의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가 괜찮다고 추천하더라. 사실 박용우는 머릿속에서 지운 선수였는데 계속 추천하니 다시 보게 되더라"라는 일화를 소개했다.
박용우는 소속팀에서와는 다르게 좀 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한다. 서울에서는 개인의 움직임이 성적과 흐름에 연동돼 조심스럽지만 일단 대표팀 경기같은 단기전에서는 다르다는 것이 신 감독의 생각이다. 신 감독은 "박용우의 잠재력을 보고 정말 놀랐다. 선수를 보고 뽑는 재미가 쏠쏠하더라"라고 전했다.
선수 선발에서는 지도자가 확실한 기준을 갖고 선수를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신 감독의 생각이다. 지난해 포항 스틸러스와 해외 진출 문제로 논란을 일으켰던 황희찬(잘츠부르크)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다. 포항 유스 출신인 황희찬은 고교 무대를 평정했고 성인팀으로의 승격을 앞둔 상황에서 오스트리아로 떠났다. 이 과정에서 선수 개인의 미래 욕심과 그의 육성에 많은 투자를 했던 포항 구단이 강하게 충돌했다.
해외로 나가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지만 신 감독은 황희찬의 배경 대신 실력이라는 잣대로만 봤다. 신 감독은 "황희찬의 경우 밖의 시선도 있지만 내가 확인하니 약간의 오해도 있었던 것 같다. 황희찬-포항 구단간 문제는 나와 관련 없다. 그래서 황희찬에게도 말했다. 이왕 대표팀에 온 것 제대로 실력을 보여달라고 했다"라며 대표팀에서 더 헌신할 것을 주문했다.
황희찬의 대표 차출에는 숨은 이야기도 있다. 잘츠부르크 사장이 직접 찾아와 황희찬 차출 불가를 강조했다. 팀 동료이자 일본 올림픽 및 성인대표팀 자원인 미나미노 다쿠미가 있기 때문이다. 다쿠미는 일본 A대표팀이면 몰라도 올림픽대표팀은 가지 않겠다고 했는데 황희찬은 올림픽팀에 간다고 하니 의아했다는 것이다.
신 감독은 "오죽하면 잘츠부르크 사장이 유망주를 보러 한국에 왔다가 우리 집까지 찾아와 (황)희찬이를 뽑지 말아 달라고 부탁까지 하더라. 그렇지만 황희찬은 대표급 자원이고 나중에 충분히 A대표로도 갈 수 있다. 사장에게 미래를 함께 봐달라고 했다"라며 그를 합류시키기 위해 구단 사장 설득 작업을 했음을 전했다.
'골짜기 세대'들이 성과를 내서 꼭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신 감독의 마음이다. 그는 "대부분 팀이 이기면 수비적인 플레이를 하려고 한다. 2-0으로 이기는 것과 3-0, 4-0은 다르지 않으냐. 지키려다가 동점이 된다. 크게 이기면 선수 자신도 언론이나 팬들의 관심을 받을 것 아니냐.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축구를 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며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지향하는 축구를 설명했다.
선수들을 뽑았으니 이제 신 감독에게는 성과를 내는 일만 남았다. 신 감독은 목표를 크게 잡는 습관이 있다. 자칫 자신이 내놓은 성과를 이루지 못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여론이 쉽게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챔피언십 조별리그에서는 또래 최강 수준인 이라크, 우즈베키스탄, 예멘 등을 만나 쉽지 않다.
하지만 신 감독은 "올림픽 본선에 가면 동메달 이상을 해보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은 사실이다. 남자라면 목표는 크게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1차 목표인 아시아 예선 통과의 경우 4강 진출로 정하면 8강에서 탈락해도 거기에 만족하는 경우가 있다.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신 감독이 그리는 그림은 당연히 아시아 예선 우승이다. 그는 "당연히 결승을 가야 한다. 3~4위 결정전에서 올림픽 진출권을 놓고 싸우는 것은 불안하다. 이왕 하는 것 결승전 가서 이기든 지든 경기를 하고 돌아오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우리 선수들도 목표는 무조건 크게 가졌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올림픽 본선 진출이 확정돼도 마찬가지다. 신 감독은 "새로운 팀을 구성해야 하고 모두 경쟁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큰 목표를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큰 목표를 가져야 한다. 올림픽 동메달 이상 따겠다는 것도 나 역시 긴장하고 더 공부하기 위함이다"라며 의도적으로 목표를 높게 잡는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이미 배수의 진도 쳤다.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신 감독은 올림픽 티켓을 얻지 못하면 A대표팀 코치직까지 내려놓겠다고 했다. 꼭 벼랑 끝으로 자신을 몰아야 했을까. 지도자 한 명이 성장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 감독의 이런 결기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A대표팀에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잘 보좌하고 있다는 특수성도 있다.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 나는 한 번 말했던 것은 그대로 가려고 한다. 내가 지도를 제대로 못 했으니 본선에 가지 못하는 것 아닌가. 여론이 가만히 있겠는가. 물론 최종 선택권은 슈틸리케 감독에게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올림픽 대표팀 결과와 상관없이 같이하자고 하면 해야겠지만 그와 상관없이 내 마음은 확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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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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