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전남 드래곤즈가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우향우' 정신을 이식했다.
전남 선수단은 6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2016년 출정식을 가졌다. 국립현충원은 작고한 박태준 명예회장의 묘소가 있는 곳이다. 포항제철소를 건립하면서 일이 잘못되면 바로 '우향우' 해서 영일만에 빠져 죽겠다던 이른바 박 명예회장의 '우향우' 정신의 얼이 담긴 곳이다.
지난해까지의 전남 선수단 출정식 장소는 전남 해남군과 진도군 사이의 울돌목이었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죽을 각오를 하면 살고, 살기를 꾀하면 죽을 것)를 외친 이순신 장군의 상무정신을 새기기 위함이었다.
이순신 장군은 울돌목에서 13척의 배로 133척의 일본 수군을 격퇴한 명량대첩으로 역사에 길이 남았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전남이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 K리그에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올해는 모기업 포스코의 초대 경영자인 박태준 명예회장의 묘소를 찾아 참배했다. 선수단은 오전 일찍 광양을 출발해 4시간 반을 꼬박 달려 현충원에 도착했다. 피곤했지만 '우향우' 정신을 이어보겠다는 의지로 가득했다.
박세연 전남 사장은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도 초심으로 잘했지만, 올해 다시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이곳에 왔다. 포항도 그렇고 광양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제철소를 지었다. 구단은 박태준 회장의 이런 절실함을 알아야 한다. 무엇인가 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남은 지난해 상위 스플릿 진입을 목전에 두고 치명적인 패배를 당하며 하위 스플릿으로 미끄러졌다. 전남을 꺾었던 제주 유나이티드가 극적으로 상위 스플릿에 들었다.
아픈 기억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특히 전남은 제철가(家) 형님 구단인 포항 스틸러스와 항상 비교됐다. 박 사장은 "무엇인가를 이루겠다는 절실함으로 왔다. 박태준 회장의 도전 정신을 선수들이 느꼈으면 한다"라며 절치부심의 도전 정신으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노상래 감독도 마찬가지.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다짐을 하려고 한다. 올해는 거창한 목표 대신에 행동으로 보여주는 해가 됐으면 한다"라며 조용한 돌풍을 예고했다.
이날 전남 선수단은 묘소 앞에서 신인 및 새로운 영입 선수를 소개하는 등 각오를 다졌다. 주장 최효진은 "홈에서는 높은 승률을 만들어서 지지 않는 팀이 되도록 하겠다"라며 무한 도전을 선언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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