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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잊지 말아요' 김하늘, 진솔하고 사랑스러운(인터뷰)


또래 배우들에 "함께 있어줘 고맙다"

[권혜림기자] 여리고 청순한 이미지 뒤에, 강한 자기 확신이 엿보였다. 그렁그렁 눈가에 눈물을 매달고 있는 순간엔 더없이 보호본능을 일으키지만 상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건넬 땐 단단한 강단을 뿜어낸다. 가까이 마주한 배우 김하늘과 영화 속 진영의 모습은 그런 면에서 닮아있었다. 톱 여배우를 둘러싸는 흔한 인상, '까칠하다'거나 '도도하다'는 느낌은 얻기 어려웠다. 데뷔 후 지금까지 숱한 남성들의 이상형으로 손꼽혀 온 아리따운 여배우지만, 김하늘은 그 이전에 소탈하고 또 진솔한 사람이었다.

지난 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감독 이윤정, 제작 (주)더블유팩토리)의 개봉을 앞둔 배우 김하늘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는 교통사고 후, 10년 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깨어난 석원(정우성 분)과 그 앞에 나타난 비밀스러운 여자 진영(김하늘 분), 지워진 기억보다 소중한 두 사람의 새로운 사랑을 그린 감성 멜로다. 극 중 진영 역을 맡은 김하늘은 기억을 잃은 석원의 곁에서 그를 따뜻하게 보듬는 모습을 그려냈다.

영화의 남자 주연 배우이자 제작자로 활약한 정우성은 영화의 공식 석상에서 '나를 잊지 말아요'를 '진영의 영화'라 표현했다. 그의 말대로, 극 중 모든 비밀을 안고 서사를 이끌어가는 인물이 바로 진영이다. 김하늘은 진영 역을 연기하며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여러 고민을 했다고 고백했다.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영화의 테두리 안에서는 제가 넓게 사랑을 안고 가는 연기지만, 순간 순간 석원이 얄미워졌었거든요. 석원을 연기한 (정)우성 오빠조차 '석원이 이기적인 것 같다. 여자 관객들에게 욕을 먹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여성 관객의 시선으로 진영을 보고 그 호흡을 따라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김하늘이 말하는 '진영의 감정'은 영화의 도입부부터 관객의 가슴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예고편에도 담겨 있는 두 사람의 첫 만남 장면에서 진영은 석원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하늘에 따르면 두 인물이 처음으로 마주하는 그 장면은 영화 작업 중 가장 먼저 촬영된 신이었다.

"그 장면이 첫 촬영이었는데, 이 장면을 첫 촬영에서 찍는 것이 싫다고, 뒷부분으로 넘겨달라고 말했었어요. '저를 위해서라고, 빨리 끝내야 뒷부분이 편할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는데 아마 촬영 일정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겠죠?(웃음) 너무 부담이었어요. 여러 앵글이 필요해서 그 우는 신을 3일 동안 찍었거든요. 그래서 얼굴이 굉장히 많이 부었어요. 전체적으로 얼굴이 '울어 있는' 느낌이었죠. 울고, 잠도 잘 못 자고, 첫 촬영이라 부담과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으니까요. 정우성 오빠는 '안타깝다'면서 한 번 더 찍을 기회를 주겠다고 했는데 나중에 다시 촬영을 했지만 결국 원래 찍은 분량이 사용됐어요. 얼굴은 더 잘 나왔지만 감정을 전부 쏟아부었던 그 느낌을 따라갈 수가 없더라고요. 첫 병원 신은 그런 애증의 장면이죠."

김하늘을 수식하는 여러 별명 중 하나는 '멜로의 여왕'이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숱한 로맨스 작품들에서 연기를 펼쳐왔다. 이번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다른 느낌이 있었는지 묻자 그는 "(연기하는 것이 매번) 본인이기 때문에 (전에 연기한 다른 캐릭터와) 겹치는 부분이 없을 수는 없다"고 솔직히 답했다.

하지만 이어 "그런 생각을 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며 "그래서 헤어와 의상 등을 굉장히 중요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자신이 연기할 인물의 의상과 헤어스타일 등을 어떻게 설정할지 머릿속에 그려본다는 것이 김하늘의 설명이다.

"영화 초반 진영에겐 굉장히 여러가지 색깔이 있는 것 같아요. 여러 색깔을 어떻게 표현해야 관객이 따라갈 수 있을지 많이 생각했죠. 다양하게 잘 어우러지는 색이어야 한다고 느꼈어요. 불편하지 않은 색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야 영화의 중후반부에서 더 정확하고 차분하게 진한 느낌으로 갈 수 있으니까요."

이번 영화를 함께 이끈 정우성을 비롯해, 김하늘은 그간 내로라하는 남자 스타들과 호흡을 맞췄다. 강동원, 장동건, 김재원, 유지태, 유승호, 장근석, 고수, 소지섭, 윤계상, 강지환 등 다 열거하기도 바쁠 정도다. 김하늘은 멜로물들을 주로 작업하며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다고 알리며 수줍게 웃어보였다.

"대리만족을 하는 경우가 많죠.(웃음) 그리고 (사랑에 대한) 어느 정도의 환상이 있는 것 같아요. 현실에서 남자가 그렇게 멋진 대사를 하기는 어렵잖아요. 현실 속 남자가 서툴고 투박할 수 있겠지만 그런 로맨스를 찍을 때 대리만족하면서 굉장히 즐거워요.(웃음) 로맨스를 데뷔 때부터 많이 했기 때문에 설렌 적이 참 많았고, 그래서 오히려 몰입을 잘한 것 같아요. 설레는 대사, 설레는 눈빛을 많이 받아보니까 현실에서는 환상이 깨질 거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 설렘을 안고 있는 것이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 같고요."

1998년 '바이 준'으로 영화계에 데뷔한 김하늘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 성장해 온 또래 배우들을 향해 애틋한 동료애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제 또래 여배우들도 우리가 어릴 때에 이어 지금도 여러 곳에서 부딪히고 있을 것"이라며 "계속 같이 성장하고 좋은 작품을 보이는 것이 좋다. 예전에는 상대 배우의 활동을 보며 '나도 저걸 하고 싶은데'라고 생각했다면 요즘은 다르다"고 말을 이어갔다.

"저도 이만큼 올라오는 동안 느낀 일들이 있는 것 아니에요? 한편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같이 있어줘서 고맙다는 생각이요. 물론 남배우들에게도 그런 느낌이 있죠. 데뷔 후 오랜 기간이 지났고, 제 나이의 절반 만큼 이 일을 하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그들을 보면 서로 어릴 때를 함께 보며 자랐다는 생각이 들어요. 느낌이 남다르죠."

데뷔 시절을 차분히 떠올리는 그의 모습에선 기대하지 않았던 인간적인 매력이 폴폴 풍겼다. 내심 차갑고 도도한 여배우의 모습을 예상했나보다. 하지만 김하늘은 인터뷰의 말미까지 모든 질문에 누구보다 성실히, 진심을 다해 답해줬다.

그가 "모르겠다"고 답한 질문이 딱 하나 있기는 했다. 이토록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 온 이유가 무엇일지 자평을 부탁했을 때다. 김하늘은 곤란한 표정으로 "모르겠다"고 운을 뗀 뒤 "'너는 펫' 때도 이 질문을 받았던 기억이 나는데, 정말 잘 모르겠다. 그 이유가 뭘까?"라고 웃으며 기자에게 되물었다. 그 모습조차 사랑스러웠다.

오는 3월 일반인 남성과 결혼을 앞둔 김하늘이지만, 결혼 후에도 변함 없는 활동을 이어갈 전망이다. 그는 "오랫동안 이 일을 했고 이 일을 사랑했다"며 "그 안에서 작품 선택에 늘 우여곡절이 있었다. 앞으로 연기하고 나아가며 달라지는 면이 있다면, 보다 안정적인 사람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라고 답했다.

한편 영화는 지난 7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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